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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금아라 기자] 간혹 조카 또래의 연예인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볼때 미묘한 기분에 휩싸일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괜시리 나이를 먹은 듯한 느낌이 든달까요? 왠지 모르게 씁쓸하면서도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엔 온갖 감정들이 뒤섞인 석연치 않은 심경으로 그 광경에서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감각들이 무뎌져 간다는 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특히 연예계 중 가장 생명선이 가장 짧다는 가요계에서 최연소 멤버로 이뤄졌다는 그룹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연이어 등장, 그 덕분(?)으로 이젠 왠만큼 어린 10대 연예인들을 현장에서나 TV를 통해 접해도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궁금한 것이라곤 이젠 얼만큼 최연소로 내려갈 수 있을지에만 국한될 만큼 내성이 생겨버린 거죠. 가수와 달리 공식 데뷔무대는 없지만 역시 10대 전후 혹은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배우로 첫 발을 내딛는 이들도 포함해 이처럼 연예계는 연일 최연소 타이틀을 갱신하는 이들로 넘쳐나니까요.
나이만 어릴 뿐이지 한편으론 엄연한 사회인인 그들을 볼때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름 앞에 10대라는 그들의 나이보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이 항상 먼저 붙는다는 점입니다. 섹시한 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하거나 중견 배우들이 주고받을 듯한 말들을 줄줄 대사로 거침없이 내놓는 미성년자 연예인들은 언뜻보면 성인처럼 여겨질 수 밖에요.
하지만 무대 위나 브라운관 안의 프로들도 실제로 만나보면 어린티가 여기저기서 나는, 영락없는 10대들 입니다. “떨어져 지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거나 “유명해져서 효도하고 싶다”는 말들을 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때로는 방황하고 실수할 수 있는 일반적인 청소년을 바라보는 눈이 아닌 연예인을 바라보는 눈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사생활은 성인 연예인들의 경우와 다름없이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됩니다.
일전에 만난 한 연예인은 “유,청소년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이 대중의 시선에 언제든 적응하는 일이었다. 나도 모르는 내 사진들이 공개되면 마치 입고 있던 옷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갔을때 느낌이었다”라고 회고하더군요
처음에야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생각에 들뜨지만, 가령 편한 차림으로 친구를 만나러 나갔는데 그 모습이 찍혀 게시판에 공유된다거나 말이나 행동이 ‘~카더라’로 퍼져 때아닌 구설수에 휘말린다면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그것만큼 상처를 받는 일도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말입니다.
미성년 연예인들은 혹여 말실수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을 경우에도 또래들에 비해 감수해야하는 심적 고통이 큽니다. 두달전에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던 ‘슈퍼스타 K2’ 출연자들이 과거 미니홈피에 욕설을 남기고 술을 마시는 사진 등을 게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죠.
만약 일반인인 10대가 그러한 글을 썼고 이를 누군가 발견했다면 ‘철없는 아이가 쓴 글’쯤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10대이자 연예인이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앞서 예로든 경우도 단지 출연자가 아닌 실제 연예계 활동을 하는 이들이었다면 ‘연예인을 할 자질을 가졌느냐 아니냐’는 논란으로까지 번지게 됐을 지도 모르죠.
언젠가 오랜시기 연예계 생활을 해온 한 배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여러 말이 오가다 “청소년 시기 가장 힘들고 두려웠던 경우가 언제였나”라고 물었었죠. 그 때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중 앞에선 프로인 척 했지만 ‘나도 알고보면 10대일 뿐인데…’ 하는 생각을 한두번 한적이 아니었다. 술도 한번쯤 마셔보고 싶고 담배도 한번쯤 피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간 쌓아온 모든 것들을 단번에 무너뜨릴까봐, 얼굴도 모르는 이들로부터 상처를 받을까봐 호기로라도 실수를 저지를까 두려웠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도, 대중의 사랑과 명성을 받는 대신 프라이버시 일부분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때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현재 활동중인 10대 연예인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f(x) 설리-원더걸스 소희-카라 강지영-틴탑, 최연소 걸그룹 지피베이직. 사진=마이데일리DB, SM 엔터, TOP미디어, 지피베이직 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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