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광저우 강지훈 기자] "박주영은 골로, 김정우는 컨트롤로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가 U-23 대표팀 체제로 전환된 이후 한국은 줄곧 와일드카드를 활용했으나 기대만큼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는 못해왔다. 개개인의 기량은 분명 아우들보다 출중한 선수들이나 되려 조직력의 와해를 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대회 직전 갑작스럽게 낙마하면서 전력 약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격한 2명의 와일드카드 박주영(25•AS 모나코)과 김정우(28•상무)는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며 최초의 와일드카드 성공 사례로 남을 가능성을 마련했다. 당초 단 1장의 와일드카드도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홍명보 감독 역시 이들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전력의 핵심으로 발전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영은 첫 선발 출장 경기인 조별예선 최종전 팔레스타인전과 중국과의 16강전에서 2경기 연속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현역 최고의 킬러임을 재입증했다. 홍 감독은 중국전을 3-0 승리로 마감한 뒤 "흠 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까지 올리면서 박주영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였다. 짧은 기간 호흡을 맞추면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오늘 경기는 콤비네이션에 문제가 없었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박주영은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과 손발을 맞춘 시간에 비해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이고 있다. 중국전에서도 구자철과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로 동선을 최전방에서 하프라인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하며 '프리롤'로 맹활약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훈련을 거듭하면서 호흡의 질감이 더욱 매끄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주영이 골로서 와일드카드의 가치를 대변한다면 최정상급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의 몫은 컨트롤이다.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렸지만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것은 구자철의 공격 재능을 마음껏 살리도록 든든하게 뒤를 커버해 준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김정우의 능력이다. 맏형답게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고 공세와 수세에 맞게 유효적절한 움직임과 볼 배급으로 윤활유 역할을 해 냈다. 양 풀백의 오버래핑 때 뒷공간을 커버하는 수비력도 빼 놓을 수 없다.
홍 감독은 "우리의 스타일은 볼을 꾸준히 소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하고 우리 뜻대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김정우가 이 축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맏형이라 경기 외적인 면에서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조용한 성향의 김정우가 진가를 나타내는 지점은 바로 그라운드 안"이라고 호평했다.
단지 선수의 이름값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부분을 가장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한 홍명보의 와일드카드론은 24년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의 숙원을 풀어줄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사진 = 홍명보호의 와일드카드 박주영(왼쪽)과 김정우]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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