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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보약 같은 웃음을 줬는데 나중에 돌아오는 건 무시와 비웃음뿐이더라구요. 코미디언은 대중예술인 중에서도 숫자가 가장 적고 같은 연예인이면서도 가장 경시받는 직업이다. 코미디언들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직업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신설해 22일 시상식을 갖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최고상인 보관 문화훈장을 받는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이 17일 밝힌 수상자 선정 소감이다.
임희춘 만이 아니다. 코미디언, 개그맨에 대한 우리사회와 일부 대중의 편견과 무시를 전해주는 사람이. “정말 열심히 오랜 세월 온몸을 던져 많은 웃음을 줬어요.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코미디언을 천대하고 무시해요. 세종문화회관 공연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겨우 성사시켰어요.”명코미디언 故이주일이 생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임희춘, 이주일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코미디언과 개그맨들은 두 사람의 말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감을 할 것이다.
구봉서, 임희춘, 임하룡, 심형래, 유재석, 김병만 등 일제 강점기 악단 시절부터 201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기위해 대중을 웃기던 수많은 코미디언과 개그맨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수많은 개그맨들이 방송 프로그램이나 무대에서 대중에게 웃음을 주기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의 웃음의 광대들은 그들의 존재의미와 그들이 가져다준 웃음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가혹한 경멸과 편견을 먹고 살아왔다. 저질의 대명사는 늘 코미디언의 몫이었고 방송의 금과옥조인 공익성의 반대편인 선정성과 폭력성은 코미디의 운명 같은 굴레였다.
TBC, KBS에서 30여년 동안 코미디를 연출했고 인덕대학에서 코미디를 강의하고 있는 김웅래 교수는 “외국에선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존경을 받는 직업이 바로 희극인입니다. 하 지만 한국에서 코미디언은 저질 연예인으로 무시를 당해왔지요”라고 말한다.
코미디언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코드를 달리하며 우리에게 한바탕 웃음으로 마음을 정화해주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왜 이처럼 부당한 편견에 시달려야하고 무시당할까?
이는 코미디를 포함한 대중문화와 대중문화 예술인에 대한 보수적인 엘리트주의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우리 사회와 일부 대중의 인식 속에 엄존하는 것에 따른 부분이 가장 크다.
대중문화는 영리추구를 위한 상업적인 이윤추구만을 하기에 대중에 영합하는 저질의 문화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예술인들을 빼내 고급문화를 위축시키고 순수문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또한 대중문화는 선정성과 폭력적인 내용으로 대중의 정서를 파괴하고 황폐하게 만들며 저질의 내용으로 사회의 취향수준을 추락시킨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고스란히 대중문화의 핵심인 연기자와 가수, 코미디언들에게 적용됐다. 이 때문에 연예인 하면 ‘딴따라’라는 비하성 발언이 조건반사적으로 붙어다니는 것이다.
오늘의 연예인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던 과거 광대의 낮은 사회적 위상의 연장선상에서 연예인들을 파악하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코미디언들을 무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임희춘의 수상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이중에서도 코미디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은 다른 연예인보다 더 심하다.
이는 코미디언들이 대중을 웃기기 위해 기꺼이 바보가 되고 백치가 되며 엉덩이를 차기보다는 채이고, 몽둥이로 때리기보다는 얻어맞고, 케이크를 던지기보다는 뒤집어 써야하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미디언과 개그맨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위해 무대나 코미디에서 엎어지고 깨지고 하지만 이것이 현실속에선 대중의 무시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중이 힘들 때 위로가 되고 절망할 때 희망을 주고 어려울 때 즐거움을 주는 코미디언들을 무시와 편견이 아닌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코미디언들에게 편견에 가득찬 경멸의 시선을 보내선 안 된다. 코미디언을 비롯한 대중문화인의 존재의미를 제대로 평가할때만이 우리의 대중문화는 발전하기 때문이다.
[코미디언과 코미디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무시가 대중의 인식속에 엄존하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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