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두고 볼 수 없다", 폭력단 조직 배제조례안 제정해 내년초 제출예정
일본에서 야쿠자(폭력조직)하면 그 명성(?)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국적인 조직은 물론 기존 정치계 못지 않게 파벌도 막강하다. 그런가하면 드라마와 영화에도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 이같은 야쿠자의 조직이 조만간 된서리를 맞을듯 하다. 왜냐하면 경시청이 작정하고 야쿠자와 전면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자 산케이신문에 의하면, 일본경시청이 '폭력단배제조례안'을 만들어 내년 1월초, 도쿄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의회에서 통과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조례안은, 일단 제정되면 내년 여름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폭력단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름을 공표하는 것.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의 대표적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파가 도쿄에 진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게다가 기업과 연계하여 야쿠자의 실체를 철저하게 숨기기 때문에 경시청의 입장에선 정확한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시청에 의하면, 고베가 본거지인 야마구치파의 경우, 고베에서 암약하는 야쿠자의 수가 70여명에 불과했던 것이 도쿄에 진출한 후에는 무려 25배가 늘어난 1750여 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따라서 경시청에서는, 야마구치파의 확장을 견제할 법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특히 현재 수감중인 야마구치파 6대 두목이 내년 4월에 출소할 예정이어서, 경시청에서는 폭력단배제조례안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경찰청은 최근 야마구치파에 대한 경계업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상순에는 350여 명의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도쿄 다이토구에 모여, '폭력단은 나가라! ' 고 외치며 폭력단추방궐기대회' 를 열었다.
폭력단 추방궐기대회를 열게 된 계기는 주택가에 자리잡은 4층 빌딩 때문이다. 그 빌딩의 창문은 낮이나 밤이나 브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금방 드러났다.
다이토구에 이사오기 전, 도쿄 아자부에서 주민들의 민원으로 쫓겨났던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아자부 주민들이 도쿄지방재판소에 야쿠자들의 사무실 사용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내, 야쿠자들이 화해 형식으로 자진해서 철수를 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들 야쿠자가 작년 8월에 문제의 다이토구로 이전해 온 것.
"이 지역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그 어떤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궐기대회에 참가한 주민의 말이다. 이들 주민들은 가까운 시일내에 변호사의 지원을 받아 '사무소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도쿄재판소에 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경시청과 지역 주민들은 폭력단 추방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 그 이유는 야쿠자의 활동이 점점 지능화되어 외견상으로는 일반회사 사무실인지 야쿠자 사무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폭력단 범죄검거 건수가 1만 건 이상이던 것이, 작년에는 6705건으로 낮아졌다. 그만큼 야쿠자의 위장술이 최근에는 눈에 띄게 달라져 왠만해서는 일반인과 야쿠자의 구별이 어려워졌다.
만에 하나, 실수로 감시하던 사무실이 일반회사 사무실로 밝혀질 경우, 당장 인권침해로 항의는 물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 경시청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난감한 처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일반회사가 야쿠자와 손을 잡고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경시청은 이를 색출하는 것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례안 제정으로 어디까지 기업과 폭력단과의 관계가 밝혀질 수 있을까, 그것은 대단히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금방 관계를 끊는 것도 아니다."
경시청의 한 간부는 이같이 밝히며, 솔직히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도 사실 어렵다고 한다.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이 문제의 사무소가 실제로 야쿠자가 사용하는지를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낮에도 빗장이 내려져 있는 사무실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야쿠자 측에서 주거용이라든가 위장사원을 내세워 일반 사무실이라고 증명해 보이면 '사용금지' 소송 대상조차 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미 한번 쫓겨난 경험이 있는 야쿠자 측에서 이론무장을 한 채 대응해 올 것이기 때문에, 결국 경시청이나 주민 모두 야쿠자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아무튼 경시청에서는 폭력단배제조례안 제정을 계기로 야쿠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과연 이같은 경시청의 전략이 어느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탈리아 마피아와 함께 세계적 명성이 자자한 일본 야쿠자들은 또 어떤 반응을 나타낼 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민호기자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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