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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구봉서, 우리시대 생존한 최고의 코미디언!
“여기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 구봉서씨가 와주셔서 너무 좋습니다.”22일 오후 6시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2010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최고상인 보관문화훈장을 수상한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은 후배 훈장서훈을 축하하기위해 자리한 구봉서를 보며 하염없이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수상식이 끝난 직후 가진 축하공연에 박성광과 박영진이 개그를 선보인 뒤 곧바로 대선배인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의 자리로 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 모습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가슴에서 형용할 수 없는 뭉클함을 느꼈다.
이제는 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구봉서는 83세의 송해마저 깎듯하게 선배로 모시는 올해 86세의 생존한 최고 코미디언이다.
중장년층은 모두 알겠지만 1980년대 중반이후 대중매체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 젊은층은 구봉서를 잘 모른다. 하지만 구봉서는 한국 코미디계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설이다. 그만큼 최고의 코미디언이다. ‘미국에 명코미디언 밥 호프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구봉서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몇 년전만해도 건겅한 모습으로 인터뷰 중 툭툭 던지는 말로 웃음을 유발했지만 이날 시상식장에서 만난 구봉서는 거동이 불편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구봉서, 쌍꺼풀 진 눈에 다소 처진 양쪽 볼을 가진 그의 얼굴로 연출해 내는 다양한 표정 연기로 수많은 사람을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웃겨 왔다. 그의 연기는 좌절에 빠진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가난에 찌든 사람들에게는 궁핍의 시름을 잠시 동안 잊을 수 있게 한 청량제였다.
1940~60년대 우리의 대중문화는 연극, 만담, 코미디, 노래가 어우러지는 악극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양석천 양훈 김희갑 서영춘 배삼룡 등과 함께 전국을 돌며 서민들에게 웃음을 준 이가 바로 구봉서다. 그리고 구봉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충무로로 건너가 코믹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다. ‘애정파도’를 시작으로 구봉서는 1950년대부터 1970년 초반까지 10여년 사이에 400여 편이라는 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양훈 양석천 김희갑과 형제간으로 나온 영화 ‘오부자’는 엄청난 성공을 거둬 이 영화에서 막둥이로 나온 구봉서는 지금까지 그의 애칭이 ‘막둥이’로 불리고 있다.
구봉서는 MBC TV의 출범과 함께 1969년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을 계기로 브라운관의 코미디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텔레비전이 코미디의 서막을 열었고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 바로 구봉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봉서는 ‘웃으면 복이 와요’가 끝난 1985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콩트 연기, 해학이 깃 든 웃음을 선사해 우리시대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신화를 구축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구봉서는 배삼룡과 콤비를 이뤄 콤비 연기를 선보였고 이순주 송해 박시명 등과 호흡을 맞춘 데 이어 코미디 2세대로 일컬어지는 이기동 남철 남성남에서부터 개그맨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코미디언과 호흡을 맞추며 웃음을 선사해 대한민국 코미디언 하면 구봉서가 떠오를 정도로 입지를 굳건히 한 것이다.
구봉서는 개그 프로그램과 토크 예능 프로그램이 TV의 중심에 서던 1980년대 중반 방송과 멀어지고 이내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구봉서는 방송에선 모습을 볼수 없지만 한국 코미디의 전설이자 신화이며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그 존재자체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시상식장에서 우리시대의 최고의 생존 코미디언 구봉서를 만나면서 떠오른 말이 있었다. 10여년전 가진 인터뷰에서 구봉서는 꼿꼿한 목소리로 “기자 양반! 코미디가 뭔 줄 알아! 코미디는 인생살이를 조명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연기야. 코미디는 단순히 웃기는 게 아니라 뭔가 메시지가 있어!”라고 말했다.
86세의 생존한 최고의 코미디언 구봉서가 다시 한번 대중에게 코미디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시대 최고의 코미디언 구봉서가 22일 열린 대붕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곽경훈기자 kphoto@mydaily.co.kr]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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