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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이던 20일, '디시인사이드' 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 커뮤니티의 '자랑거리 갤러리'란 곳에 '흙?흙'이라는 ID로 한 네티즌이 "광저우에서 애국가 울리게 한 게 자랑" 이라며 금메달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사진을 단서로 네티즌들이 추적한 결과 요트에서 금메달리스트 하지민으로 밝혀졌다.
하지민은 너무 쉽게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자 아쉬워하면서도 "요트경기는 산웨이에서 하는 바람에 한국 언론은 아무도 안왔지만, 아이폰으로 시상식 촬영했으니 네티즌들이 보고싶다면 올리겠다"라고 전했다.
금메달 인증샷을 본 네티즌들은 처음에는 신기해하면서도 "너무 이슈화된 종목에서만 기사 나서 안타깝다","일반분들은 잘 모르는 비인기종목에다가 생소한 스포츠임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 멋지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기록한 65개의 최다 금메달 기록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 쾌거만큼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장장 16일간의 아시안게임의 일정이 끝나가는 지금 아시안게임을 본 사람들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국민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인기 종목의 스타 선수들이나 '얼짱'일 것이다.
'마린 보이' 박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언론에서는 박태환의 붉은 머리스타일부터 태극무늬 운동화까지 박태환의 모든 것을 뜯어 분석했다.
하지만 박태환과 같이 3관왕을 기록한 3관왕을 달성한 사격의 한진섭, 볼링의 최복음 그리고 여자 볼링 대표팀의 권순옥은 심지어 24년만에 1986년 24년만에 첫 4관왕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박태환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정다래는 4차원적인 성격과 어록까지 함께 떠오르며 그의 이성친구인 '동현이'도 함께 검색어에 올랐다. 바둑의 이슬아도 금메달 획득과 함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구의 차유람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로 부담을 느껴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할 만큼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인라인롤러 금메달리스트 우효숙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궉채이가 미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얼짱'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토로했다. 인라인롤러에 대한 관심을 '얼짱'을 넘어 실력으로 검증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만약 하지민이 인기 종목의 선수였거나 '얼짱'으로 언론에 자자하게 알려져있었으면 본인이 직접 '인증샷'을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몇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 그 기쁨을 누리는 것은 선수 본인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똑같이 태극 마크를 달고 나가서 국위선양을 한 선수들이 인기 종목이 아니라서, 얼짱이 아니라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매번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종목에 관계 없이 한국의 체육계가 고루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피땀과 노고가 담긴 이야기들이 전해져야 할 것이다.
[요트 금메달리스트 하지민의 인증샷과 광저우아시안게임 5대얼짱 정다래, 이슬아, 차유람, 한송이, 손연재(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순서대로). 사진 = 디시인사이드 '자랑거리' 갤러리 캡쳐. 마이데일리 DB]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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