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화에 관심 있는 이라면 ‘영화 평점’을 한번쯤은 접했을 겁니다.
예전처럼 이 극장에는 저 영화가 걸려서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다니는 시대와 달리 요즘처럼 어디 극장을 찾아가건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관 시대에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다른 사람의 평가'죠.
두 개의 좋은 영화가 극장에 상영 중인데, 두 영화를 다 보지 못하고 한 영화를 선택해야만 할 때 이 같은 영화 평점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는 영화 전문지 등의 전문가 평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같은 눈높이의 포털 사이트 평점이 중요한 잣대로 변한 현실 입니다.
네이버, 다음 등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영화 평점을 운영 중입니다. 이 같은 평점이 영화관객 추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 배급사들은 각종 시사회를 통해 블로거, 네티즌 평론가 들을 동원해 사전 심사를 받기도 합니다.
만약 네티즌 평가가 좋게 나오면 영화 홍보사들은 이 같은 반응을 ‘네티즌 극찬’ 식으로 보도자료로 재생산해 영화를 홍보하는 도구로 쓰기도 합니다. 그 만큼 대중이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고, 같은 입장의 네티즌이 같은 시각의 높이에서 보고 평가하기에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이 같은 포털 사이트 평점제는 또 다른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바로 ‘알바’의 등장이죠.
언제부터인가 영화계에는 공식 홍보사만이 아니라 온라인을 전문으로 대행하는 온라인 홍보사까지 이원화돼서 홍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포털 등의 광고를 협상하고 집행하는게 주된 역할이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알바’ 동원에도 관여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이 같은 ‘평점 조작 알바설’이 대대적으로 드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진위 여부는 가려지지지 않은채 요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바로 할리우드 영화 ‘스카이라인’과 한석규, 김혜수 주연의 ‘이층의 악당’의 대립입니다.
이같은 평점 조작 사건이 불거진 것은 개봉일인 24일로, 두 영화가 순식간이 평점이 역전되면서부터 인데요, ‘이층의 악당’은 언론 시사회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각종 영화 전문 커뮤니티에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25일 오후 1시 30분까지 ‘이층의 악당’은 네이버 영화평점에서 7점 대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었고, 개봉일이 같은 스카이라인’은 3점 대 평점에 머물고 있었죠. 하지만 25일 오후부터 동일한 아이디가 ‘스카이라인’에게 10점 만점을 주면서 ‘이층의 악당’에게는 최하점인 1점을 주는 것을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알바설’이 의심되는 순간이었죠.
그 결과 순식간에 ‘이층의 악당’의 평점은 4점 대까지 떨어졌고, 3점 대의 ‘스카이라인’은 7점 대까지 평점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층의 악당’ 홍보사 측은 “고의적인 평점 조작이다.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평점이 바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물증이 없을 뿐 정황상 너무나 명백하게 조작사실이 보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이층의 악당’ 측과는 반대로 당사자인 ‘스카이라인’측은 평점 조작에 대해 일부는 시인하면서도 대형 포털 사이트의 평점까지는 조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스카이라인’측은 “일부 직원들이 영화를 아끼는 마음에서 높은 평점을 줄 수는 있고 그런 사실은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대적인 알바를 이용한 평점조작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같은 설명과는 반대로 지금도 네이버 영화평가에서 ‘스카이라인’은 최고점인 10점과 1점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만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층의 악당’ 대비 10배 이상 높은 평점 참여자는 ‘알바설’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죠.
‘스카이라인’에는 8560명의 네티즌이 평점에 참여했습니다. 앞서 11월 4일 개봉한 비슷한 규모의 액션영화 ‘레드’가 1265명만이 참가한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죠. ‘이층의 악당’에는 단 648명만이 평점에 참여했습니다.
조작설의 사실 여부는 논외로 하면 일단 외국영화의 홍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내 영화가 언론인터뷰, 제작보고회, 무대인사, 언론시사회 등 다양한 홍보 방법으로 주목을 받는 반면, 외화 홍보 담당자들은 한 목소리로 외화홍보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 합니다.
‘해리포터’ 같은 명성을 얻은 시리즈 영화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유명 배우가 참여한 작품이 아니라면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알바설’이 사실이라면 ‘스카이라인’은 대중을 위해 공정하게 운영되야 할 포털 사이트의 영화평점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한, 상도를 어긋난 행위를 한 것 입니다.
지금도 네이버 평점에서 ‘스카이라인’에 7점대, ‘이층의 악당’에 8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수는 ‘스카이라인’이 30만명을 기록해 19만명에 머무른 ‘이층의 악당’을 압도적으로 눌렀습니다. ‘2주차 흥행성적은 입소문’에 판가름된다는 영화계 속설이 있지만 초반 스코어에서 ‘스카이라인’은 평점의 덕을 충분히 덕을 본 것이겠죠.
외화의 경우 자체 제작되는 한국 영화에 비해 적은 예산을 들여 수입해와 그 손익분기점 또한 낮은게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를 배급하는 회사들에 비해 외화 배급사들은 적은 관객을 동원해도 이익을 볼 수 있고, 소위 말하는 대박을 쉽게 낼 수 있습니다.
평점알바라는 것이 이전에 없던 것도 아니고, 암암리에 외화끼리 혹은 한국영화끼리 경쟁구도가 펼쳐졌던 사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알바설'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서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이번 사태는 외화가 시장이 분명히 다른 한국 영화를 까내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배우, 제작사 그리고 배급사를 좌절케 하는 국내 영화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이전에 볼 수 없던 사태임은 자명합니다.
[사진 = 위. 이층의 악당-스카이라인, ‘스카이라인’에 대한 네이버 평점란]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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