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박기원 한국배구연맹(KOVO) 감독관]
아시안게임 지원단에 속해있으면서 남자 배구가 아시안 게임 4강전서 일본에게 패한 것을 지켜봤다. 배구인으로서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일본과의 경기서 왜 패했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내가 보기에 스피드 싸움에서 패한 것 같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일본의 장점은 키가 작은 선수들이 공격 등 다양한 부분에서 스피드 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80cm도 안되는 선수들이 빠른 스피드로 공격에 다 참여하고 있었다. 키도 크지 않는데 빠른 플레이를 펼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됐다. 우리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배구 스타일은 수비형 배구다. 서브 리시브 등 수비 위주로 플레이를 해서 실수를 줄이려고 한다.
더불어 선수들이 서브가 강하다는 것만을 믿고 생각없이 플레이를 하다보니 미스가 너무 많았다. 세계적으로 볼 때 선수들의 서브가 강해졌다. 더불어 공인구가 바뀌면서 탄성도 늘어났다. 우리나라처럼 세터들이 머리 위로 정확하게 올려주는 토스워크는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터 머리 위에 볼을 올려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우리는 거기에 계속 맞춰서 연습하다보니 안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것 같다.
예전 이란 대표팀을 맡았을 때 일이다. 이란 선수들은 독일 민족의 피가 흐르다보니 내가 유럽에서 가져온 체력 프로그램과 잘 맞았다. 대표팀에서도 체력 운동을 시킬 때 담당자를 몇 명 배치했다. 훈련이 끝나면 각자 팀으로 가서 이야기를 했고 대표팀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맡기 전까지 이란 선수들은 힘이 좋은데 데이터 배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식으로 서브를 실수없이 올리는 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연타 공격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다보니 실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본 배구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 선수들이 갖고 있는 97~98% 정도를 뽑아내서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 신장이 작지만 서브, 수비, 2단 연결 등 모든 것을 시합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일본이 그 정도의 수준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전임 감독제'라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회만 치르고 사령탑을 바꾸면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계획이 없는 대표팀은 우승 가능성이 낮다.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본은 전형적으로 그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 버티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현 주소를 잘 알아야 한다. 세계 배구 추세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는 배구 지도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대표팀 감독보고 뭐라고 할 수 없다. 앞으로 한국배구가 해야할 것이 뭔지 알아야 할 때다. 성적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위치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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