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 너무나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구봉서, 송해선생님이 이 자리에 계셔서 감개무량 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2010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 국회의원의 축사중 일부분입니다. 이날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연기자 신구, 성우 고은정, 코미디언 임희춘 씨등 수상자와 함께 축하객들로 수많은 연예인들이 참석했습니다.
그 축하객 중에는 오늘의 한국 대중문화의 초석을 다진 원로 연예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구봉서씨를 비롯한 원로 코미디언을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여기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 구봉서씨가 와주셔서 너무 좋습니다”훈장을 받은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씨는 축하객으로 참석한 선배 코미디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드러낸 뒤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날 저의 눈길을 잡은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시상식직후 가진 축하공연에 박성광과 박영진이 개그공연을 선보인 뒤 곧 바로 대선배인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의 자리로 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가슴에서 형용할 수 없는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구봉서는 생존하는 최고 코미디언으로 올해로 84세로 1945년 태평양가극단의 무대에 서면서 연예인의 길을 걸었으니 올해로 65년 연예인으로 살아온 셈입니다. 그리고 박성광은 올해 29세로 지난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인 데뷔를 했으니 이제 3년 경력의 연예인입니다. 그야말로 구봉서와 박성광은 연예인 경력에서 62년이 차이가 나는 선후배입니다. 두 사람이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방송을 통해 선후배 코미디언들이 한자리에서 원로 및 중견 코미디언의 연륜이 담긴 코믹연기와 신세대 개그맨들의 트렌드를 장착한 개그를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중과 연예인의 접점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 방송입니다. 그 접점 역할을 하는 방송에서 유독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중견과 원로 코미디언들입니다. 원로 및 중견 가수들은 KBS‘가요무대’등을 통해 그래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로 및 중견 연기자들역시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지요. 하지만 유독 원로 및 중견 코미디언들은 방송을 통해 만날 수 없습니다. 이들을 소구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방의 수많은 중장년층들은 한 국회의원의 축사처럼 ‘웃으면 복이와요’의 구봉서씨를 보면서 웃음을 지었고 성장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젊은 날에 즐거운 웃음을 준 원로 및 중견 코미디언들의 코믹 연기를 그리워합니다.
코미디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다양성을 확보할 때만이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젊은 개그맨 위주의 프로그램만을 만들면 코미디는 위축되고 퇴보하게 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코미디언들이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때 그만큼 코미디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코미디언의 수명은 코너가 끝나는 것과 함께 한다. 중장년층 코미디언들은 설자리가 없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진다. 연륜과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코미디언들이 대중과 만나지 못한 것은 대중문화계의 손실이다.”코미디언협회 엄용수 회장이 힘주어 말했지요. 맞는말이라고 생각합니다.
84세의 구봉서와 29세의 박성광이 한무대에서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는 감동을 허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최근 열린 대중문화 예술상 시상식에서 만난 구봉서와 박성광.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