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에는 각국 지도자들에 대하 현지 외교관들의 적나라한 평가가 포함 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2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제공한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배트맨(푸틴)'과 '로빈(메드베데프)'으로 묘사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총리의 상급자이지만 실제로는 '배트맨' 푸틴의 조수인 '로빈'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 것이다. 또 푸틴에 대해선 '무리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남성'을 뜻하는 '알파독(Alpha Dog)'으로 묘사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무기력한 늙은이(flabby old chap)'로 묘사됐고 미 외교관들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인해 '육체적, 신체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엘리자베스 디블 로마 주재 미 대사관 대리대사는 "유럽의 지도자답지 않게 무기력하고, 자만심으로 가득찼으며 일 처리도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선 "육체적, 정치적으로 허약한 지도자다. 종종 밤늦게까지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고 보고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 파리 미 대사관은 "다른 사람의 비판, 모욕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권위주위적인 성향이 있다"고 평가하며 여러 차례 내각과 총리를 경질한 내용을 함께 보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선 "위험을 싫어하고 창의적이지 못하지만 비판을 잘 견뎌낸다"는 평가와 더불어 '테플론 메르켈'이란 별명을 얻었다. 테플론은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프라이팬에 칠하는 물질을 의미하며 타격을 입지 않는 정치인을 비유하는 말이다.
리비아 주재 미 대사관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해 "내연관계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의 관능적인 금발 간호사에게 매료돼 있어 그녀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다"며 "변덕이 심하고 아주 이상한 사람"이란 악평을 받았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어떤 사실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이상한 이야기나 험담에 쉽게 현혹되는 극도로 허약한 남자"로 평가됐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히틀러'로 묘사됐고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약속은 잘 안 지키지만 우아하고 매력적인 지도자"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같은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각국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으며 정보의 중요도와 민감성 때문에 외교적 분쟁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미 외교관의 평가. 사진 = 독일 잡지 슈피겔 표지]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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