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대한민국의 캡틴 박지성을 만나다!
[지영, 방송인]
음... 주관적인 대답과 객관적인 대답 모두를 다 드리고 싶지만 정답은... 사실 “다 잘생겼는데요...”다.
그러나 사람들은 엄청 실망한듯 미간을 찌뿌리며 “에이~~~”한다.
아니 그러면 어제는 강동원 몇일전엔 장동건 또 그전엔 원빈 그리고 오늘은 정우성을 보고왔는데 도대체 누가 잘생겼다고 해야 하는건가? 렌즈를 뺀 나의 시력은 마이너스 4.25
이 정도 시력이면 대충 사람형태는 보이는데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누가 지나가는지 모를정도다.
많이 만날땐 스타 40명쯤은 거뜬히 넘기며...가족보다 스타들의 얼굴을 더 보고 살며... 이제는 누가 잘생겼는지 조차 인지되지 않는 행복한 지영이의 스타 인터뷰!!!! 뜨거웠던 여름 7월. 그달에 가장 잘생겨 보였던 스타가 떠오른다.
'한밤의 TV연예'의 모든 작가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박지성의 인터뷰가 2주전부터 잡혀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의 그는 사람들이 느끼는 대한민국의 완벽한 영웅이다. 카메라 감독님과 여러 대의 카메라가 커다란 햐얏트 호텔 응접실을 꽉 채우고 담당 PD는 그의 에이젼트 팀과 연신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들어올때 카메라가 팔로우를 하고 들어오면서부터 랙을 돌려놓은 다음에 마이크 까지 차기 전까지도 모두 따 주시고요 박지성씨 들어오는 순간부터 모든 스탭들 휴대폰 전원 꺼주시고요 인터뷰 들어가니 조용해 주시고 지영씨는 대본 보시면서 제 싸인도 함께 봐주시고요...." 끊임없는 주문과 요청과 조율.. 그만큼 지금 이순간은 박지성의 영웅시대임을 전혀 의심할수 없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쇼파에 앉아있던 나는 많은 스탭들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뒤로 하고 인터뷰 준비에 한창이었다. 물론 몇일 전부터 박지성의 CNN인터뷰를 비롯해 볼 수 있는 모든 인터뷰를 봤고 잘 몰랐던 축구를 이래저래 배웠다. 연예계는 백프로입니다!!! 인데..
아무래도 스포츠는 전문지식이 필요할터...(긁적!) 이것저것 잡다한 지식들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고는 마지막까지.. 박지성의 한줄 한 단어 한 호흡... 무엇하나 놓칠세라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던 나 지영은...바로 옆에 있던 박지성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채..대본에 빠져있었다.
아뿔싸!!!!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인터뷰가 끝나고 담당 PD님께 들었던 상황은 6명의 우람한 경호원들이 박지성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삥 둘러싸고는 성큼성큼 인터뷰 실로 들어왔다고 한다)
대부분은 스타가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가 "오빠 안녕하세요!" 혹은 잘 모르는 스타라면 "안녕하세요 ..." 혹은 "언니~~ 잘 지내셨어요?"정도일텐데 이날은 박지성의 인터뷰를 아주 잘 빼야 한다는 생각에 대본에 눈이 빠져라 집중해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던 박지성 캡틴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허걱!!!!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그는 근사하게도 대본에 빠져있던 나를 그냥 바라봐주고 있었다.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 꽤 시간이 흘렀을텐데 말이다... 역시 캡틴이다.
누군가였다면.. “뭐해?” “인터뷰 안해?” 라며 촉박한 인터뷰 시간을 상기시켜줬겠지만 캡틴은 달랐다. 나중에 나의 스타일리스트에게 물어보니.. “언니 몰랐어요? 박지성 선수가 옆에서 한참 서있었는데...”라고 했다. 여유 있고 배려 있는 진짜 남자의 모습. 왜 그가 대한민국 캡틴으로써 추앙 받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세류 초등학교 시절 주장으로써 감독의 말만 따르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그의 말이 잠시 떠올랐다. 대표님 주장 완장이 놓였을 땐 선수의 입장에서 마음을 전했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잠시 서 있던 저 곳에서도 박지성은 방송을 하는 리포터의 입장을 이해했던 것일까.... 몸에 배인 배려인걸까..... '아이쿠 너무 오래세워뒀구나 싶어' 앉을 자리를 논의 하고 마이크를 단 다음, 그때 카메라 감독님의 말씀이 떨어진다. “박지성씨 말씀한번 해보세요!~”
“ 아 아!! 아 아 아!!!”
캡틴에게 이런 말이 어울리나 모르겠지만... 귀엽다. ㅋㅋ 깨끗이 다림질한 잘빠진 양복 . 귀엽게 생긴 그의 흘깃한 눈. 핑크와 실버가 적절히 가미된 신뢰가 가는 넥타이와 행커칩.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돋보였던 가느다란 손.. 결론적으로 그의 넥타이 윗 지점에 말끔히 마이크를 달아주고는 그의 수트 안쪽으로 마이크 선을 빼낸 뒤 그가 가장 자신있다는 그의 힙 쪽에 마이크를 채워주고 그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했다.
“네”
자~~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박지성씨. 박지성씨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은 바로 월드컵이죠?"
박지성왈 : "네"
지영:"저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은 바로 박지성씨를 인터뷰 하는 시점입니다. ~~ 박지성씨 인터뷰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제 밥벌이가 결정된다는 거죠? 하하하"
박지성왈 :“정말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영웅과의 유쾌한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는 그날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여자 캐릭터 중에는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캐릭터가 좋고 이상형은 키가 크지 않고 착하게 생긴 얼굴에 마르지 않은 여자 , 제일 말을 안듣는건 박주영 선수. 세레머니를 할때 알고 있었다면 제대로 했을 거라는 이야기 , 가장 자신있는 곳은 엉덩이라는, 주장으로서 경기가 안 풀릴땐 분위기를 바꾸려 애쓴다는 등등의 이야기들 -'한밤의 TV연예' 275회를 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몇 일뒤 난 또 우연찮게 박지성을 만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미용실을 다니는 박지성 선수. “안녕하세요”거울에 비친 박지성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아 ~~ 예 안녕하세요”
두피케어를 하고 있는 박지성. 호일로 머리를 말고 커다란 기계에 머리를 맡기고 있다. 두명의 스태프들이 박지성의 머릿속도 궁금한지 눈을 때지 않고 뭔가를 잔뜩 바르고 있다. 저렇게 집중할 리가 없는데 나 역시 박지성 두피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캡틴은 케어 받는 모습이 창피하단듯 어쩔줄 몰라한다. 옆집 사는 오빠같다. 과거 박지성의 빨간색 머리는 그냥 빨간색 머리가 아닌가보다. 박지성도 앰플을 머리에 뿌리고 좋은 두피를 유지하려 애쓰겠지?후후. 잠자고 일어나 매일 축구만 할 줄 알았는데 박지성도 두피케어를 하네.신기해라..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가는 길에 사람들은 박지성의 하얀색 차를 보면서 나에게“박지성 차야 박지성 차. 저거 타고 왔어”하며 광나는 차를 가리킨다. “와~~ ” “그래요?”
두피케어를 하는 옆집 오빠 같은데도 그의 차를 보면서 역시 옆집 오빠가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라는 것이 느껴졌다. 난리긴 난리다. 어디서든 박지성은 최고의 영웅인가보다. 그렇게 이뤄진 영웅과의 떠들썩한 만남이후 그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졌는데..
때마침 12월 그는 영향력있는 골을 선사해줬다. 한국인 제 1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현재 5득점 4도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대한민국 한사람으로써 저 역시 박지성씨를 응원합니다!!! 파이팅!!!
[사진 = 위로부터 박지성, 박지성과 지영, 지영. 제공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지영]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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