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유재학의 남자'에서 소속팀으로 돌아온 첫 경기에서 그는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치며 무득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그답지 않은 모습은 단 한 경기로 충분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프로 데뷔 한 경기 최다득점인 30점을 넣으며 진가를 드러냈다. 부산 KT 조성민이 주인공이다.
▲ 소속팀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발산된 조성민의 매력
폭발적인 3점포로 팬들의 눈을 쏠리게 하는 전문슈터는 아니다. 화려한 드리블로 관중들을 현혹하는 포인트가드는 더더욱 아니다. 때문에 한 경기만을 봤을 때 조성민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속한 팀의 경기를 꾸준히 보다보면 그의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추승균(전주 KCC)이란 이름 앞에 '자연스레' 따라 붙는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말은 조성민에게도 해당된다. 비록 공식기록에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지 못하지만 그에게는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 '강력한 힘'이 있다. 성실함과 간절함, 투지가 그것.
대어가 없다던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8번에 지명된 선수인 조성민. 그는 프로 데뷔를 앞둔 전지훈련 도중 부모님을 모두 잃는 슬픔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자신의 힘으로 입지를 점차 넓혀갔다.
상무에서 복귀한 뒤 성공적으로 복귀 시즌을 치른 조성민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에 선발됐다. 여기에 대표팀 감독은 성실함과 투지를 누구보다 강조하는 유재학 감독. 조성민이 '유재학의 남자'로 불린 이유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조성민의 매력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조성민은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를 앞세워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에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 고감도 3점포를 터뜨리며 대표팀에 큰 보탬이 됐다.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도 3점슛 3개 포함 1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 양지보다는 음지에서 더 빛났던 조성민, 별이 되다
조성민의 소속팀 KT는 성적에 비해 스타급 선수들이 적은 편이다. 지난 시즌 40승 14패로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음에도 올스타전에서 베스트5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전창진 감독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조직력이 지난 시즌 돌풍의 원동력이었다.
2일 삼성전 이전까지 KT는 어려운 시즌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즌 성적은 8승 5패로 나쁘지 않았지만 송영진, 김영환, 최민규, 김도수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파 때문인지 KT는 11월 30일 원주 동부전에서 시종일관 끌려가던 끝에 65-75로 완패했다. KT로서는 무엇보다 조성민의 부진이 아쉬웠다. 조성민은 15분을 뛰며 무득점에 그쳤다.
조성민에게도 변명거리는 충분했다. 조성민은 전날인 11월 29일에야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30일에 경기가 잡혀있던 국가대표 선수는 상대팀으로 맞붙은 조성민을 제외하고는 동부 김주성, 전주 KCC 하승진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에서 체력소모가 심한 조성민의 부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주성이 이러한 와중에도 25분을 뛰며 11점 5어시스트를 기록해 조성민의 무득점이 대비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무득점은 다음 경기에서의 맹활약을 위한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였다. 2일 서울 삼성전에서 조성민은 지난 경기에서의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2쿼터에서는 한 경기 득점으로도 적지 않은 15점을 폭발시켰다. 결국 조성민은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인 30점을 폭발시키며 공동선수였던 삼성을 누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조성민이었다.
토종 선수가 한 경기에 30점을 넣는 경기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조성민의 30득점은 자신 뿐만 아니라 소속팀 KT에도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조성민이 '소리없이 강한 남자'에서 더 나아가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경기 후 조성민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난 경기에서는 팀에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 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고 몸도 힘든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격수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경기에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오늘은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슛은 자신감을 많이 가져야될 것 같고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을 넘어 프로농구를 대표할 수 있는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멘트다. 물론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성실함, 간절함, 투지는 그대로인 채 말이다.
[2일 삼성전에서 개인 최다인 30점을 폭발시킨 부산 KT 조성민. 사진제공=KBL]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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