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줘야"란 식의 발언을 한 강용석(41.무소속)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쓰리쎄븐스테이호텔 회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아나운서연합회 성세정(43) 회장은 강용석 의원을 향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KBS 아나운서인 성세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김성은(KBS 아나운서) 부회장, 박성준 대전 KBS 아나운서, 송평수 고문변호사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용석 의원의 사퇴와 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피고인 강용석 의원, 이제 제발 ‘국민’ 좀 그만 괴롭혀라!
-국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이나 있나?―
궤변도 이 정도라면 망언이다!
국회의원 강용석은 2010년 9월 8일 <중앙일보에 대한 무고죄>, <명예훼손죄>, <블로그에 허위 사실을 적시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모욕죄> 이렇게 4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이다. 피고인 강용석이 지난 11월 23일 국회에 등원해서 또다시 국민들을 우롱했다.
"경위가 어떻게 됐든 간에 제 문제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를 끼친 것 같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경위 따위야 상관없다는 말인가? 자신의 문제라는 표현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말과 동의어인가 아닌가? 국민 여러분께서도 많은 심려를 했었는지 매우 분노를 했었는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단언하건대 위의 표현들은 절대로 사과가 아니다. 사과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좀 차분해졌고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심리적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궤변이다.
피고인이라면 범죄의 혐의를 받아 기소가 된 사람이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추정되는 사람이다. 물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죄인은 아니다. 단지 피고인일 따름이기는 하다.
그런 피고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의 심경이 차분해졌다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가 너무나 억울하여 흥분했던 상태에서 차분해졌단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억울한 사람이 사과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면 흥분해서 타인에게 상해를 입혔던 가해자가 시간이 지나 마음이 진정된 후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건데 그러면 위의 발언과 맞지 않는다. 어떤 건지 정확히 말하라!
"저를 뽑아준 국민의 뜻에 따라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문제 등에 대해 국민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해 말하겠다." 이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국민의 뜻이 어떤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묻고 싶다. 여론 조사를 했는지 등원 요청을 하는 대규모 관제시위라도 있었는지 어떤 절차를 통해 '국민‘의 여론이 수렴되었는지를 우리를 포함한 ’국민‘들은 도무지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 것은 11월 23일 당일 여성계 등에서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국민에게 사죄하는 일이며 국회는 조속히 강용석 의원을 제명 처리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이다.
피고인 강용석 의원은 ‘국민’의 뜻을 받들기는커녕 ‘국민’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
법률을 매우 잘 아는 변호사 출신의 피고인 강용석 의원은 형사 소송의 모든 증인과 증거 그리고 고소인들의 위임에 대해 ‘부동의’했다. 물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모든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 세계 인권선언 제11조 1항에도 규정되어 있으며, 한국의 헌법 제27조 4항에도 명시되어 있다.
또한 피고인은 자연인으로서 당연히 부동의를 할 권리도 있다. 그런데 ‘부동의’를 한 진짜 속셈이 궁금하다.
‘부동의’라!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중 자신과 자신의 변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 즉, 고소인 증인 등 무려 150여명 모두를 믿을 수 없으니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법정에 나와서 ‘내가 그런 증언을 했다’ ‘내가 이 사건에 대한 고소를 연합회장에게 위임했다’라고 법정 증언을 다시 하라는 이야기다.
피고인의 성희롱 발언에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상처를 받았다. 그 날 이후 학생들은 ‘증인’이 되어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또 이어지는 공판 과정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11월 26일과 12월 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공판에서 학생들은 문제의 발언을 분명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피고인의 거짓말까지 속속 들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모든 것 차치하고도 딱 하나만 생각해 보자.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학생들에게 두 번 세 번 상처를 주는 과정이 아니란 말인가? 그 ‘발언’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추악하기 그지없는 일일 터인데, 모욕감을 느끼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1차 2차 3차 끊임없이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게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에 의해 뽑힌 선출직 의원으로서 과연 할 짓인가?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자로서 할 일인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뜻은 받들어야 되고 그렇지 않은 국민은 두 번 세 번 모욕을 줘도 괜찮다는 말인가?
거창하게 국민의 대표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도 궁금한 점이 있다. 우리는 그 학생들에게 적어도 인생의 선배쯤은 되지 않겠는가? 진심으로 묻는다. 이게 할 짓인가? 이제는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측은하게까지 느껴진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피고인 강용석 의원은 정말로 자격미달임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듯하다.
‘부동의’ 신청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밝혀라. 자신의 결백인가 아니면 남은 임기 1년 4개월여 동안 재판을 지루하게 끌고 가며 의원직이나 유지해 보겠다는 알량한 시간 벌기 속셈인가?
피고인 강용석 의원은 법률가 출신이니 ‘무고’죄가 어떤 것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죄가 없는 사람을 형사 처벌해 달라고 했다는 죄가 바로 무고죄다. 중앙일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죄가 무고죄이며 무고죄에 대한 처벌은 매우 엄하다.
‘부동의’ 이런 식의 치졸한 짓 그만하고 이제 당당하게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자.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이고, 기소된 4가지 항목의 죄를 피고인이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떳떳하게 법정에서 논리대결을 통해 가려보자!
결단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피고인 강용석은 스스로의 말처럼 심리적 안정을 찾았으면 해괴한 망언을 할 생각을 더 이상 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동안의 행보를 반성해 보라. 성희롱 발언에, 거짓말에, 도피와 잠적, 부동의 신청 등등 4개월 남짓한 동안 보여준 모습들은 실망 수준을 넘어 혐오스럽고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오죽했으면 사건 초기인 8월 1일 법률연맹에서도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강 의원이 거짓말로 일관하며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을 버리고 사법을 능멸한 행동”이라며 “강 의원은 국회의원직뿐 아니라 변호사 자격도 박탈당해야 한다.” 라고 성명서까지 냈을까!
또 있다. 법조인 출신인 동료 국회의원마저도 “변호사라는 전문 직종이 사회에서 존중받는 것은 지식을 공익을 위해 쓰기 때문이지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새겨듣기 바란다. 다른 법률가들은 ‘소송’이나 ‘부동의’를 그런 식으로 쓰지는 않는가보다.
피고인 강용석에게 준엄하게 경고한다. 결단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국회 윤리특위에 피고인 강용석의 제명을 재차 요구할 것이다.
피고인 강용석,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즉각 사퇴하라!
정치인들이 그렇게도 좋아하고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대는 단어가 ‘국민’이다. 피고인 강용석 의원이 그렇게도 좋아하고 그렇게도 떠받드는 국민의 대다수는 지금의 이런 사태마저도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괴롭히지 말고 더 이상 국민을 모독하지 말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
포기하라.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그런 용기조차도 없는가? 그 최소한의 용기마저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인가?
마지막 애정 어린 충고다.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 즉각 사퇴하라.
2010년 12월 3일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성세정 회장(왼쪽)과 김성은 부회장.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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