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일은 당사자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프로농구에서는 울산 모비스가 그렇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모비스는 4일 현재 2승 11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3일 인천 전자랜드전에도 무릎 꿇으며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 복귀 후에도 2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모비스 선수단이 그들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 1위에서 꼴찌로, 하지만 놀랍지 않은 현실
지난 시즌 모비스는 다른 팀들이 쉽사리 이길 수 없는 상태였다. 압도적인 전력은 아니었지만 유재학 감독 특유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연일 승리했다. 단 한 번도 3연패를 당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경기력이었다. 모비스는 정규시즌 1위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전주 KCC를 4승 2패로 누르며 2006-2007시즌에 이어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를 떠올린다면 올시즌 모비스의 상황은 초라함 그 자체다. 3일 전자랜드전에서도 패하며 연패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어느덧 7연패다. 반면 13경기동안 승리는 단 2번 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시즌 성적이 재현됐다면 그것이야 말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양동근과 함께 주축 역할을 했던 함지훈은 상무에 입대했으며 김효범은 FA 계약을 통해 서울 SK로 이적했다. 지난 2시즌간 모비스 골밑을 든든히 지킨 브라이언 던스톤도 팀을 떠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동우는 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장하지 못했으며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오랜기간 팀을 비우기도 했다.
▲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농구, 리그 전체에 활력소
지난해 영광은 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끈끈함이 그것이다. 특히 유재학 감독 복귀 후에는 패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볼 수 있다.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 복귀 후 첫 경기인 SK전에서 76-90으로 크게 패했다. 경기결과만 본다면 커다란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경기. 실제로 모비스는 3쿼터 한 때 17점차까지 크게 뒤졌다. 하지만 4쿼터 들어 한 자리 수까지 점수차를 좁히는데 성공했고 4쿼터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3일 전자랜드전 역시 마찬가지. 특히 전자랜드는 이날 전까지 10승 3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1쿼터에는 앞서기도 하는 등 4쿼터 막판까지 전자랜드에 편한 경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비록 높이에서 열세를 드러내며 패했지만 선두와 최하위팀간 대결답지 않게 경기내내 흥미진진했다.
이러한 모비스의 모습은 팀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도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프로농구는 6강팀이 일찌감치 판가름나며 흥미가 반감됐다. 성적도 성적이었지만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경기내용이었다. 지난해 하위팀 중에는 '한 번 해보자'라고 전의를 불태우는 도깨비팀이 나타나지 않았다. 상위팀과 하위팀이 맞붙을 경우 경기결과는 물론이고 경기내용도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시즌 모비스는 다르다. 굵은 땀방울에 대한 대가는 승패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결과에서는 순위와 비례할지 몰라도 경기내용 자체는 차원이 달라진다. 이는 팬들이 '꼴찌' 모비스 경기를 등한시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비스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농구' 속에 승리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모비스를 이끄는 양동근(왼쪽)과 유재학 감독(첫 번째 사진), 상대와 루즈볼 다툼을 하는 양동근(두 번째 사진). 사진제공=KBL)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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