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올 영화가의 키워드를 꼽아보라면 ‘스릴러’와 ‘남자배우’, 그리고 ‘악인’이다.
‘이끼’, ‘의형제’, ‘심야의 FM’ 등 올해 흥행한 다수의 영화가 스릴러 장르이며, 최고 흥행작 ‘아저씨’의 원빈을 비롯해 수 많은 남자배우들이 유난히 돋보인 활약을 보인 한 해였다.
하지만 올해 한국 영화계를 가장 빛내게 한 것은 검은 쪽에 서 있는 악역이다. ‘아저씨’의 원빈을 빛나게 한 것도, 의형제의 송강호, 강동원을 빛나게 한 것은 그만큼 지독한 악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 ‘이끼’의 경우는 주연이 악당이라 할 수 있는 정재영일 정도니 올해 영화계에서 이들 惡人의 활역은 남달랐다. 스크린을 빛나게 한 악인 5명을 꼽아 봤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 정재영은 올해 2개의 남우주연상을 챙겼다. 그 정도로 천용덕 이장의 역할은 돋보였다.
전직 형사 출신으로 범죄자들을 갱생한다는 목적으로 산간마을로 숨어 들어가 20년 동안 살아온 천용덕은 아버지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찾아온 유해국(박해일 분)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쫓아내기 위해 갖은 수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유해국에 의해 마을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천용덕의 포스는 악역이라 보기에는 안타까울 정도였다. 원작 만화와는 다르면서도 정재영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천용덕은 최고의 악역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악마를 보았다’는 영화 제목처럼 최민식이 만들어 낸 악마를 보게 된다.
이미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지독한 악역을 선보인 최민식의 악역 시리즈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작품에서 그는 잔인한 살인마로 변신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잔인하게 여성들을 연쇄살해하고, 한 남자를 ‘악마’로 만들어가는 최민식의 모습은 언론 시사회 당시 일부 취재진이 입장하는 그를 보고 “저 놈 죽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역할명은 잘 모르더라도 ‘아저씨’에서 보스격인 만석의 동생 이라 하면 다들 무릎을 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아저씨’에서 멋진 태식(원빈 분)이 있었다면 만석과 종석은 악역의 극치를 보여줬다.
특히 만석의 동생 종석을 맡은 김성오는 커다란 눈과 광기 서린듯한 표정으로 지독한 악역을 잘 그려냈다. 잔인하게 주변 사람이 살해 당하는 상황에서도 튄 피로 옷이 더러워지는 걸 걱정하며 식사를 하는가 하면, 마약에 중독돼 쓰러지는 아이를 턱끝 하나로 갖다 버리라는 만행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 종석에게서 일말의 인간미를 찾기 위해 태식은 그를 추궁하지만 종석은 죽을 때 까지 자신의 악을 진리라 믿으며 죽어간다.
절대 우위의 악당이었다. 영화내에서 최장신 차승원이 맡은 박무랑은 강력함 그 자체였다. 베이지 색에 가까운 인민군 군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그는 적을 앞에 두고도 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상대가 학도병이라는 것을 알고 투항할 시간을 주지만 이내 날아오는 박격포 세례에 잠시 이미지를 구기긴 하지만, ‘따발총’을 한 손으로 들고 학살에 나서는 그는 무적 그 자체였다.
“학도병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악은 그만큼 강하고 완벽해야 했다”고 말하는 차승원의 연기 포인트 처럼 그가 맡은 박무랑은 극 중 유일하게 멋있는 존재였고, 그만큼 강력했다.
엄밀히 이름조차 없다. 편의상 초인이라 부리지만 김민석 감독이 말하는 ‘초능력자’의 강동원은 배역명이 없는 존재다. 데뷔 이후 첫 악역을 맡은 꽃미남 배우 강동원이 만들어낸 초인은 잘못된 환경으로 인해 악인이 되 버린 인물이다.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머무를 곳도 없고, 정을 둘 곳도 없는 그는 자신의 시간을 멈추는 능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글픈 존재다. 하지만 절대강자이던 그는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임규남(고수 분)을 만나게 되면서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강동원의 만들어낸 초인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절대악의 존재다. 극 말미에서 일말의 변화가 예감되기도 했지만 그런 전개가 되기도 전에 이 영화는 끝난다.
꽃미남 배우이던 강동원의 연기 진화의 정점으로 회자되는 ‘초능력자’에서 그는 제대로 된 악역을 보여준다.
[사진 = 위로부터 정재영, 최민식, 김성오, 차승원, 강동원]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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