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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 굵어지고 어깨 넓어져도 클라이밍은 나의 삶 [김자인, 클라이밍 선수]
안녕하세요.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입니다.
2남1녀에 막내딸인 저는 두 오빠와 아버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어요. 아버지가 대한산악연맹 경기 고양시 연맹 부회장인데다가 어머니가 스포츠 클라이밍 공인 1급 심판입니다. 거기다 자하, 자비 두 오빠도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라 어릴 때부터 클라이밍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오빠들을 따라 암벽 등반을 구경하러 갔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멋있어 보였습니다. 오빠들이 하는 걸 봤을 땐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죠. 바라만 보던 저도 암벽 등반을 시작해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울면서 내려오면서 아버지에게 "나한테 이거 왜 시켰어요"라며 징징댔었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하고픈 걸 모두 다 잘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마음에 암벽 등반도 시작하게 된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클라이밍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어깨가 넓어지고 팔뚝이 굵어지니까 사춘기 때는 스트레스를 좀 받았어요. 지금도 옷을 살 때는 어깨가 좁아보이는 것을 고르는데 창피하진 않아요. 클라이밍하는 선수라면 운동에 걸맞는 몸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첫 국제 대회에 나가게 된 것은 2004년 고등학교 1학년에 나가게 됐습니다. 국제 대회는 그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월드컵 스포츠 클라이밍대회 5연패까지 이루게 됐습니다.
클라이밍은 위험하지 않은 운동이랍니다. 하지만 운동 선수로써 클라이밍을 하게 되면 무리하게 근육을 쓰게 되서 부상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크게 다쳤던 것은 두 번 있었어요. 2006년에 낮은 곳에서 줄을 매고 매트리스를 깔고 등반했는데 매트리스 사이에 발이 빠져서 꺾이면서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어 2008년에 어깨를 무리해서 쓰다보니까 왼쪽 어깨 연골이 찢어졌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하게 다 나은 상태고 일반인이 하면 위험 요소가 적으니 부상에 대한 걱정없이 접할 수 있는 스포츠랍니다.
저는 클라이밍이 대중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제가 대회 성적은 좋지만 다른 스포츠 화제랑 겹치다 보니까 묻히게 되서 속상하기도 해요. 얼마전까지도 아시안게임을 지켜보면서 '스포츠 클라이밍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들어가야되는데…'라는 생각에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클라이밍이 대중적인 스포츠입니다. 경기가 충분히 스포츠적인 요소가 충분한데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기에는 좀 많이 부족하죠. 클라이밍을 많이 알리는 방법은 제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전에는 TV뉴스에도 나왔어요. 작년에 이어 두번째 출연이었습니다. 학교 내에서는 같은 학과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지만 아직 일반인이 길을 가다 '어! 김자인이다'라고 알아 보는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저 자신이 너무 유명해지는 것은 조금 망설여져요. 외모에 대한 관심도 쑥스럽구요.
학점은 나쁘진 않아요. 대학교 들어와서 수업 시간표를 연습시간 전에 끝나도록 모두 짜놓은 데다가 교수님들도 운동하는 학생이 공부를 하니까 성적을 잘 주시는 것 같습니다.
연애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6개월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는 클라이밍과 전혀 상관 없는 친구였는데 저로 인해서 클라이밍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답니다. 제가 주말에 대회가 있을 때는 3주에 한 번 만날 때도 있지만 좋은 만남을 유지하고 있어요.
제가 멘토로 삼고 있는 선수는 스페인의 남자 선수인 라몬 줄리안이에요. 그 선수도 2010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챔피언이고 경력도 오래됐습니다. 그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159cm의 작은 체구인데 체격을 극복하고 등반을 하는게 멋있었거든요. 저도 156cm의 작은 체구인데 그런 점에서 정말 닮고 싶어요. 월드컵 경기에 가면 언제나 제가 키가 제일 작았거든요.
앞으로의 목표는 일단 동계 훈련도 잘해서 거창하게 큰 목표를 세우는 것 보다는 꾸준하게 부상 없이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선수 생활을 그만하게 되면 스포츠 클라이밍 대중화에 힘쓰고 싶습니다.
최근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스파이더 걸' '거미여인' '얼짱 클라이머' 등 많은 별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라는 별명이 제일 좋아요. 앞으로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과 함께 스포츠 클라이밍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김자인 선수(위)-어린 시절 김자인 선수의 가족. 사진 = 김자인 선수 미니홈피]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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