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임의탈퇴 자격을 획득하고 해외진출을 노리는 우완투수 이정호(28·전 넥센)의 거취는 아직 안갯속이다. 하지만 조급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 이정호는 "부모님 곁에서 지내다보니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넥센은 지난달 26일 이정호를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이정호가 해외진출 의사를 밝혔기 때문. 당시 이정호는 "항상 마음속에 해외진출에 대한 꿈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내 역량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후 보름이 지났다. 모든 짐은 본가가 있는 대구로 옮겼고, 훈련도 집 근처 헬스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이정호는 삼성 시절 동료였던 정현욱과 함께 훈련 중이다. 그는 "(정)현욱이형은 성실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같이 운동을 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했고, 형이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전했다.
"현욱이 형의 훈련량은 거의 짐승 수준"이라며 혀를 내두른 이정호는 "나도 평소에 '기구랑 싸우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전투적으로 훈련을 하는 편인데 현욱이형의 훈련량을 보면서 나는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은 벗어났지만, 정현욱과 함께 소화하는 빽빽한 스케줄 덕에 점차 체력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정호는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닭가슴살과 고구마, 계란 등 단백질 위주의 식단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는 "그 전에는 공도 던지고, 러닝도 해야했기 때문에 개인훈련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체력훈련에 할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해외진출을 욕심낼 상황은 아니었다. 이야기가 오간 구단도 없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체력이었다. 그는 "우선 체력을 키우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작정 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지 않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배려해 준 구단에 전하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정호는 "구단에서 나를 많이 배려해 줬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도 만약 해외진출이 안 됐을 경우 돌아가야 할 팀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임의탈퇴로 하자고 하셨다. 구단에서는 외국 구단과 협상이 이뤄진다면 언제든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테니 염려말라는 말도 했다. 정말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만약 해외진출에 실패한다면 넥센으로 돌아갈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정호는 "물론 있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나온 것이 아니라 계속 하려고 나온 것이니까. 구단에서 받아준다면 다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데 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못박았다.
지난 2001년 삼성에 입단한 이정호는 프로 통산 1승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07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4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5.59를 찍었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의 기록치고는 초라하다. 이 때문에 초반 야구팬들의 거센 비난도 있었다. 그는 "추신수나 김태균이 승승장구 하는 것을 보고 외국나가면 다 되는 줄 아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 그래도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지 않나? 아직까지 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본격적인 해외진출 타진은 다음 시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호는 "꾸준히 몸을 만들어 내년 6월쯤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 때 테스트를 받아볼 예정이다. 임의탈퇴로 나왔기 때문에 1년동안은 국내 프로야구에 복귀할 수 없다. 긴 시간이지만 혼자 훈련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될 것이다.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리그 진출을 생각 중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일본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몸부터 만들고 상황에 맞게 테스트를 받아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정호.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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