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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남모르게 돕지 꼭 대중매체에 공개해가며 기부해야하나” “너무 티내면서 기부하니 별로다” “제발 남모르게 기부해라. 기부를 홍보하려고 하는 것 같다” …
기습한파가 몰아쳐 영하 11도의 차가운 날씨를 보이던 지난 14일 한 장의 훈훈한 보도자료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소외계층과 사회단체 등에게 10여년 넘게 110억원이라는 엄청난 기부를 해온 기부천사 김장훈에 관련된 보도자료였습니다.
김장훈이 광고 모델 재계약금과 각종 행사 출연료를 모아 장애아동 전문병원 건립기금에 2억원과 인천 한길안과병원의 소외계층 무료개안수술프로젝트지원에 1억 원 등 7곳에 1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기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김장훈의 기부는 대체로 기부를 받은 단체나 사람들이 알려서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김장훈 소속사가 직접 기부 사실을 밝혔습니다.
보도자료에는 “많은 이들이 베푼 온정에 어떤 재단의 잘못과 비리가 찬물을 끼얹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저 또한 힘이 빠집니다. 제가 지원하는 곳도 재단의 비리 때문에 여려가지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여러 정부기관에 찾아가 보았지만 공무원들이 책임을 회피하시며 아무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김장훈의 언급도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김장훈의 공개기부가 대중매체에 의해 보도되면서 김장훈의 기부 공개 행위에 비난을 쏟아내며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장훈의 이같은 공개 기부는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금 유용과 직원채용의 문제 보도로 인해 사랑의 손길을 내밀던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급기야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기부나 성금후원을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각종 시설과 단체에 기부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액은 물론 길거리의 구세군 남비에 이르기까지 기부의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 어느해보다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 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KBS ‘생방송, 심야토론’ 이 18일 이와 관련한 ‘한국의 기부문화’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겠습니까.
기부문화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김장훈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 공개기부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김장훈의 10억원 기부에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기부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기울이겠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김장훈의 공개기부에 대해 욕을 하거나 기부의 의도를 폄훼하는 댓글이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김장훈은 10억기부 사실을 공개한 이틀 뒤 16일 미니홈피에 ‘제가 공개 기부를 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바보가 아닌 담에야 저도 알 수 있는 게 ‘너무 티를 낸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지.. 인격적으로 떨어진다..’ 등등, 늘 그렇듯 일각의 충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 속에 제 인격의 높고 낮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격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제가 낮은걸 먼저 알기에 사람들의 낮춤이 그리 와 닿지 않습니다. 저는 어쩌면, 제 자신에게 먼저 캠페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가 터지기 전에 이미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오던 곳의 재단비리를 보았구요, 죄 없는 어린동생들이 피해를 입는걸 보면서도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무기력한 저를 보았고.. 한동안 한심하게 비틀거렸고 아이들의 문제가 제게 너무 벅차서 순간이라도, 도망치고 싶던 저를 독려하고 채찍질하고 싶었죠.”
김장훈은 이번 공개 기부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분명 이번 김장훈의 공개 기부는 일부 단체의 잘못으로 얼어붙었던 기부의 마음을 녹이면서 소녀가장에게,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발길을 향하도록 독려했고 구세군 남비에, 시설과 단체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도록 힘을 줬습니다.
김장훈의 공개 기부뿐만 아닙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들의 기부나 선행은 곧잘 근거 없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자선이나 선행, 기부 등을 자신의 상품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홍보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 연예인들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선행이나 기부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라도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의 선행과 기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나눔에 동참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연예인의 기부는 기부의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기부에 대한 교육적 기능까지 수행합니다. 이 때문에 연예인의 기부는 공개로 진행됐으면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역할과 기능, 의미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에선 연예인의 공개 기부나 선행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익명으로 8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했다고 언론에 의해 실명이 공개된 뒤 색깔론까지 동원하며 비난을 받았던 문근영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대중과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랑 나눔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철저히 익명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찬사를 받을 사랑 나눔 실천이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는 것은 아주 잘못된 행태입니다.
사랑 나눔에 온 힘을 기울여온 박원순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의 공개기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지요. “우리 아름다운재단에도 기부했던 유재석씨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들이 알려졌는데요. 저는 좀 (기부사실을)알리시라고 말하지만 본인들은 그런 걸 거절해요. 저로서는 널리 알리는 게 좋거든요. 왜냐면 과거에 우리 기부문화를 이끌어 온 거는 할머니들이시잖아요. 뭐 국밥장수 할머니, 콩나물장수 할머니 이런 분들이 평생 모은 재산 몇 억을 뭐 어디 대학에 냈다든지, 병원에, 어느 단체에 냈다든지 하는 근데 그런 것들이 신문에 한 줄 작게 나는데, 사실은 그게 사람들에게 계속 영향을 미치거든요.”
김장훈의 공개 기부 역시 이런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지요. 제발 이제 연예인의 기부나 선행, 자선을 공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돌을 던지는 행위는 사라졌으면 합니다.
[예년에 비해 기부가 위축된 상황에서 10억원을 공개기부한 김장훈.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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