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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몇 해 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의 발 사진이 공개됐을 때 많은 화제가 됐다. '박지성의 또 다른 심장'이란 제목으로 공개된 사진은 평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맨유의 주축 선수가 된 박지성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끝없는 노력을 짐작케했다.
동양인 최초로 최고 무용수에 선정됐던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도 마찬가지다. 공개된 강수진의 발은 피멍과 굳은살, 그리고 뼈가 튀어나와있는 모습이었다.
여기 또 하나의 상처투성이의 발이 있다. 바로 스포츠 클라이밍 5연속 세계챔피언에 오른 김자인의 발이 그랬다.
서울 수유리 노스페이스 스포츠 클라이밍 연습 센터에서 훈련 중인 김자인을 만났다. 김자인은 연습을 마치면 암벽에서 내려와 암벽화를 벗었다. 암벽을 오르는 내내 암벽화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그녀의 발은 상처투성이었다. 연습 내내 발가락 한번 펴지 못했던 김자인은 덤덤하게 발을 주물렀다.
몸에도 부상을 달고 산다. 손가락 관절염은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로 매일 앓고 있고 대퇴하부쪽도 아파서 주사를 맞고 있다.
이런 부상에 힘들기도 할 텐데 지금까지 관두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단지 '오늘은 연습이 좀 하기 싫은 날이다'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거의 매일 하는 연습에 또래 친구들이 다 아는 아이돌 가수나 드라마도 잘 모른다. 친구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바로 훈련장으로 향해야하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에도 연습은 이어진다. 하지만 김자인은 오히려 클라이밍을 하면서 시험공부로 받는 스트레스를 푼다.
국제 대회에 나가면 서양 선수들의 텃세도 견뎌야만했다. 지난해 프랑스 샤모니에서 했던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정당하게 완등을 했지만 어이없는 판정으로 실격 처리가 됐다. 이후에 그 판정이 오심이라는 것은 판결은 났지만 그 뿐이었다.
클라이밍이 한국에서는 생소한 종목인데다가 연맹의 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심지어 광저우 아시안게임때문에 묻혀버렸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챔피언인데도 광저우 금메달리스트만큼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했다.
이날 김자인에게 "오늘 연습은 잘 되는 것 같은가"고 묻자 "연습은 잘 되고 안 되고 그런 게 없다. 그냥 하는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이같은 그녀의 마음가짐은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 벌레'라는 별명을 얻었던 강수진과 닮았다. 또한 스포츠 클라이밍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 중에 가장 키가 작을 정도로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한 것은 평발을 극복한 '캡틴'박지성과 유사하다.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과 고통이 필요하다. 이것은 박지성, 강수진의 상처투성이 발이 증명했다. 이들의 발을 보고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김자인의 상처투성이 발도 다르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도 높은 빌딩을 보면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클라이밍에 푹 빠진 그녀의 발도 아름다웠다. 이제는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조금만이라도 더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 김자인]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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