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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이제 좀 도망다니지 말레이~”(12일 ‘뉴스 데스크’ 진행 중 서울대공원을 탈출한 말레이곰과 관련된 최일구 앵커 멘트) “잘 모르겠는데요(심형래 영구 유행어 흉내), 내일은 제가 심형래 감독을 만납니다”(18일 ‘뉴스 데스크’ 최일구 앵커의 클로징 멘트)
요즘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사람의 앵커가 단연 화제다.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로 다른 대중매체에 의해 뉴스화 되는 이례적인(?) 현상을 연출하는 사람은 바로 MBC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최일구 앵커다. 대중매체 뿐만 아니다. 시청자들 역시 최일구의 진행 스타일과 앵커 멘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일구 앵커와 진행스타일, 앵커 멘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주말'뉴스데스크'를 맡아 독특한 앵커 멘트로 화제를 모았던 최일구 앵커가 11월 6일부터 새롭게 단장한 주말 ‘뉴스 데스크’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최일구 앵커가 주말 ‘뉴스데스크’를 이끈 지 한달이 지나면서 최일구 앵커에 대한 반응과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뉴스의 본질을 망각한 본말이 전도된 행태” “뉴스의 연성화의 주원인” “비판과 견제보다는 흥미로운 진행스타일로만 눈길을 끌려고 하는 것” “가벼운 말장난 멘트로 뉴스의 신뢰성을 떨어 트린다”라는 비판에서부터 “젊은 시청자들이 흥미롭게 뉴스를 시청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천편일률적이며 개성 없는 뉴스 진행 포맷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변신” “뉴스 진행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로 인식되게 만든 스타 앵커의 원조”라는 찬사까지 최일구 앵커에 대한 시선은 양극단의 대척점을 이룬다.
연평도 주민, 무안 어민 등 뉴스의 화제가 되거나 이슈가 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의견이나 반응을 진솔하게 전달해주는 현장 리포팅, 패러디나 말장난까지 동원한 앵커멘트, 그리고 톡톡 튀는 어투 등 최일구 앵커의 진행 스타일은 분명 그동안 뉴스 앵커들이 보였던 부분과 상당한 변별점을 갖고 있다.
최일구 앵커의 진행스타일은 상당수 젊은 시청자들이 뉴스 시청을 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뉴스의 시청자 외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뉴스를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약속이라도 한 듯 천편일률적인 무개성의 앵커들의 모습과 진행스타일에 변화를 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뉴스 앵커는 객관적이고·중립적이어야 하며 무색무취의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진리인양 자리하면서 앵커의 몰개성 진행 스타일을 양산했다. 물론 1970년 10월, 취재기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체제를 갖춘 '뉴스 데스크'가 앵커 시스템을 갖춘 이래 그동안 적지 않은 앵커들이 눈길을 끌었다.
객관성과 중립성, 무색무취를 외쳐도 TV 뉴스는 기본적으로 감정과 개성이 있는 진행자에 의해 전달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활자로만 전달되는 신문 뉴스와 비교해 뉴스 전달자의 음성이나 용모, 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TV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뉴스 전달자인 앵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앵커들의 진행 스타일은 몰개성 그자체였다.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한국 방송의 앵커에 새바람을 일으킨 사람이 바로 최일구 앵커다.
하지만 정확한 심층적인 정보전달과 날카로운 전망과 분석, 비판과 견제라는 뉴스의 본질과 특종보다는 말장난이나 튀는 진행 스타일로만 눈길을 끌려는 모습은 뉴스 프로그램의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큰 문제다.
또한 최근 들어 최일구의 앵커의 멘트의 강점이 상실되고 흥미를 유발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그동안 최일구 앵커는 톡톡튀는 멘트스타일뿐만 아니라 사태나 상황, 사건의 핵심을 기막히게 찌르거나 풍자하는 촌철살인의 멘트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최일구 앵커의 멘트는 촌철살인하는 날카로운 지적은 사라진 채 웃음만을 유발하려는 멘트가 많아지면서 뉴스를 희화화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뉴스를 시청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뉴스의 본질이 상실된 채 흥미로운 진행 스타일로만 눈길을 끄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자칫 뉴스의 신뢰도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경향 정작 보도해야할 뉴스를 놓치게 하는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최일구 앵커가 자신을 향한 애정 어린 양극단의 시선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야할 때가 됐다.
‘앵커들’의 저자 로버트 골드버그는 1951년 앵커를 시작해 1981년 은퇴할때까지 미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CBS의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크롱카이트는 한밤중에 30분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올림푸스 신전으로부터 땅에 내려온 신화 속 인물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최일구 앵커가 시대와 시청자의 변화하는 취향과 트렌드를 담보하는 진행 스타일뿐만 아니라 신뢰도가 높은 앵커로도 인정받길 바란다.
[최근들어 진행 스타일과 멘트로 눈길을 끌고 있는 MBC 주말'뉴스데스크'의 최일구 앵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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