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많은 이닝 소화가 목표, 마지막은 한국"(종합)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전격 입단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37)가 입단 소감과 일본 프로야구 첫 해 목표를 전했다.

박찬호는 21일 자신이 소유한 서울 역삼동의 피트니스센터 'Park 61'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막상 오릭스와 계약하고 나니까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17년동안 미국에서 한인동포 분들이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시고 함께 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 분들 마음에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며 "그 분들에게 감사하고 이제는 메이저리그 은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 은퇴할 때와 같은 마음이다. 일본 무대에서 더 많은 도전과 성숙을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많은 생각을 했다. 야구선수로서 어디서 야구를 하는 것보다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3년 전에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내면서 은퇴라는 생각을 했을 때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도전하게 됐는데 그 목표가 바로 124승이었다. 124승이 비단 아시아 최고기록이라는 목적이 아닌 제가 은퇴할 시기가 언제냐고 생각했을 때 124승 한 이후라고 생각했다. 정작 124승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니 은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들을 생각하고 항상 고생하는 아내를 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하는 제 모습을 보는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어려워 하는 모습때문에 지금이 은퇴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또 "언젠가 마지막은 한국에 돌아와서 야구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많은 고민을 하는 시점에서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왕이면 일본에서도 한 번 해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마지막을 정리하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일본 경험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선수생활 말미에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았다. 지난달 우연찮게 지인으로부터 오릭스와의 만남이 이뤄졌고 본격적으로 일본행의 기회를 잡게 됐다"고 일본 프로야구 진출 계기도 덧붙였다.

박찬호는 "미국에 1994년에 가서 다른 문화 속에서 야구하느라 너무 많은 것들과 싸우고 적응하고 이겨냈다. 17년이라는 도전의 시간이 지나고 내년에 일본으로 또 가야 한다는 처음 미국에 갈 때처럼 많은 것들을 다시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겠다"며 "야구문화, 언어, 타자, 팀, 감독, 코치, 팬 등 많은 게 생소하기 때문에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실망도 하고 아쉬워도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제 결정은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더 큰 의미를 갖고 결정한 것이다. 가족이나 개인적인 부분도 작용했지만 선수생활 마치고 넓은 분야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뒤이어 "오릭스가 제의한 선발투수 보직이 큰 유혹이었다. 선발 투수야말로 소망했던 것이다. 지난 3년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불펜에 있을 때 항상 선발투수의 모습에 그리움을 갖고 있었다. 선발 자리에 대한 제의가 저를 설레게 했다"고 입단 배경을 전하면서 "메이저리그가 홈런이 중요하다면 일본 프로야구는 작전과 정교함이라 생각한다.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3년동안 이닝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훈련 일정을 당겨서 투구수를 늘리겠다. 몇 승을 해야겠다기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한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준비를 제대로 하겠다"며 "오릭스, 특히 이승엽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고 기대된다. 이승엽 선수가 재기할 수 있고 선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 또 낯선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저에게 이승엽 선수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승엽과 전날 통화했는데 '축하한다. 스프링캠프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승엽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일본으로 가고 오릭스팀으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이승엽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은퇴를 선언한 박찬호는 "아쉬움을 따지자면 너무나 많은데 월드시리즈 우승반지가 아쉽다. 124승한 마지막 경기와 메이저리그 첫 등판 경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 체력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이라면서 "일본행에 가족의 영향도 컸다. 한 시즌 정도는 일본에서 경험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내에게는 반가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반드시 한국에서 할 것이다. 저는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기자회견 때 메이저리그 4개팀에서 제의가 왔었다고 했는데 나중에 5개팀이라고 했다. 그 마지막 1팀이 오릭스였다. 앞의 3팀은 월드시리즈 직후에 제의가 왔었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여전히 마이너리그 계약을 원했다. 또 마이너리그 초청선수로 가서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해 경쟁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국 복귀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등 7개팀을 거쳐 메이저리그 17시즌 124승 98패 평균자책점 4.36 1993이닝 1715탈삼진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운 박찬호는 오릭스와 연봉 120만달러, 옵션 100만달러에 1년 계약을 맺었다.

[박찬호.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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