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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금아라 기자] ‘고마워 웃게 해 줘서’는 재연 드라마가 아니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온몸으로 이야기 하는 인생극이다. 강원래를 비롯해, 발성장애를 가진 가수 오세준, 지체장애인 김지혜, 저신장 장애를 가진 나용희, 절단 장애인 최재식 등 실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삶의 희로애락을 그려냈다. 이들의 투쟁을 옆에서 지켜봐야했던 김영진 PD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상황이다
“한 장면을 촬영할 때 유독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극중 지혜가 바닥에서 휠체어로 혼자서 올라가는 장면이었죠. 비장애인들은 모르겠지만 장애인들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지를 이해합니다. 팔에 힘을 주면 휠체어가 미끄러지고…몇번을 그렇게 지켜보고 있어야 했는지바라보는 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연출자 입장에서 배우를 마냥 동정할 수는 없었다. '독해져라'라고 자신을 거듭 채근했다. 지혜에게도 ‘넘어지면 그냥 넘어져. 연기하려고 하지마’라고 계속 주문했다. 나중엔 지혜도 화가 났는지 옆에 있던 강원래에게 “오빠가 해요(넘어져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기에 있어서 진정성이라는게 과연 무엇일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기는 연기력이 아니다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굳이 연기하려고 생각하지말라고 지혜를 비롯해 배우들에게 말했습니다. 연기한다고 하면 백날 소용없다고 마음을 보여라라고 조언했죠”
‘고마워, 웃게 해 줘서’는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김영진 PD는 다시 드라마 구상에 여념이 없다. 차후 제작하고 싶은 것은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으로 정착해 살아가는 새터민의 이야기다.
“2002년까지 병원에 있었습니다. 드라마 피디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입원중에서도 드라마 테마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자판기 컵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아픈 마음 치유된다’라는 말을 봤습니다. 영혼에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뭘 해야할지 보이더군요. 그 처음이 장애인 이야기, ‘고마워, 웃게 해 줘서’입니다. 그리고 새터민들의 이야기가 끌렸습니다. '새터민이 한국에 와서는 몰라서 죽는다'는 농담반 진담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또, 다문화 가정에 관한 이야기도 다룰 생각이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고민을 겪어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리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얼마나 그 사람들의 마음이 아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엔 보수, 진보 등 정치적 논리에 입각한 시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문화적인 시각도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쓸모 있는지 아닌지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것이죠”
단막극이 아닌 연작드라마도 도전해 보고 싶은 목표가 됐다. 3부작, 4부작 제작에도 자꾸 눈이 가고 손이 붙는다. “존재, 개건 등 주제별로 3부작을 해보고 싶습니다. 건강한 사람만 살아나간다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니죠. 세상에서 쓸모 없다고 말하는 것이 존재가 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보여줄 것입니다”
김영진 PD의 신작, KBS 성탄특집드라마 ‘고마워, 웃게 해 줘서’ 는 12월 25일 밤 11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차기작에 대한 포부를 밝힌 김영진 PD.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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