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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주말 저녁시간에는 약속을 안 잡는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트레이닝복은 턱 밑까지 올려 입어야 할 것 같다. 카푸치노를 마실 때 일부러 거품을 윗입술에 묻혀본다. 나도 모르게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주원앓이’의 희생양이다. SBS 주말극 ‘시크릿가든’에서 김주원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현빈(28). 대한민국 여심이 현빈에 무너졌다.
김주원 = 현빈, 제 옷을 입은 듯 맞춤 캐릭터
김주원(남, 33세). 로엘백화점 사장. 최고급 수제화 마니아. 짙은 눈썹, 베일 듯 날카로운 콧날, 탄력있는 몸매. 어디를 가나 타고난 외모로 여심을 사로잡고 수려한 언변으로 남자들의 혼을 빼놓는다. 오만함의 결정체.
‘시크릿가든’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김주원의 캐릭터다. 현빈은 외모, 재력, 두뇌 3박자를 갖춘 김주원에 완벽히 부합하고 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잘생긴 얼굴과 큰 키, ‘재벌2세’에 딱 어울리는 고급스런 이미지, 어딘지 똑 부러지고 명석할 것 같은 지적인 인상까지 현빈은 그 자체로 김주원이다.
어느 작품이건 캐릭터가 요구하는 틀에 완벽히 부합하는 배우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드라마가 말하는 허구와 현실, 그 둘 중 어느 한 쪽으로라도 치우치면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도 어색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청자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빈은 김주원과 100%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 그 어떤 배우를 김주원 역에 데려다 놓는다 한들, 현빈만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이제 김주원은 현빈이고, 현빈이 김주원이다. 그만큼 현빈은 제 옷을 입은 듯 김주원 역할에 완벽히 ‘빙의’됐다.
완벽한 이미지 캐스팅이었다고 해도 현빈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주원앓이’는 나올 수 없었다. 길라임(하지원 분)에게 호감이 생기고 그녀에게 점점 더 끌려 스스로 ‘인어공주’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까도남’ 김주원을 현빈은 서서히, 급하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나름의 체계를 갖고 감정변화를 표현해 내고 있다.
길라임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땐 그의 눈에 진짜 사랑이 보이고, 설령 길라임에 아픈 말로 상처를 낼 때도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진정성이 묻어난다. 그의 이런 진지한 눈빛에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대사의 미학’을 정말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들도 현빈에 의해 더욱 감칠맛이 살아난다.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독백’ 부분에선 더 큰 애절함이 느껴지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와 같은 어찌보면 ‘평범한’ 대사도 그로 인해 특별해진다.
‘시크릿가든’의 하이라이트였던 김주원-길라임의 영혼체인지 장면에선 현빈의 디테일한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다. 현빈의 작은 몸짓, 표정 하나에 여성성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그만큼 ‘여자 김주원’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여자의 영혼이 들어왔다고 해서 여자톤으로 하면 거부감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톤으로 연기를 안하고 영혼만 들어왔다는 가정하에 연기했다”는 현빈의 말처럼 과하지 않고 ‘정도’를 지킨 그의 연기는 남녀가 바뀐다는 어려운 설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몰랐는데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준비도 철저히 해온다. 저나 스태프들이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본인이 준비를 잘 해왔다.”
‘시크릿가든’을 연출한 신우철 PD가 현빈을 평가한 말이다. 현빈의 연기가 날로 일취월장하는 것은 그의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된 노력과 열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빈은 또래 남자 연기자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배우다. 드라마 ‘아일랜드’, ‘눈의 여왕’, ‘그들이 사는 세상’, ‘친구, 우리들의 전설’ 등 현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인기보단 그의 연기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온 안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현빈은 조금씩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그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빈은 “조금씩 배워간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하나씩 표현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작품 끝내고 ‘지금 당장 어떻게 된다기 보단 다음 작품에서 제가 배운 게 하나 둘씩 나올 거 같다’ 그렇게 말했는데 그런 게 아닐까. 그런게 하나씩 쌓여서 나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작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배우 현빈’은 그렇게 성장했고, 스스로도 그 성장을 분명 깨닫고 있었다.
[현빈. 사진 = SBS]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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