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구가 17년 만에 돌아왔다. 한국이 아닌 맨해튼에.
심형래 감독이 제작, 주연, 감독 1인 3역을 한 영화 ‘라스트 갓파더’가 최초 공개됐다.
2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가진 시사회는 심형래 감독의 기자회견 등 공식행사가 진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4개관이 가득 찰 정도로 영화계의 관심이 컸다.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 감독의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1980~90년대 한국 개그계의 한 코드인 ‘영구’의 부활이다. 1994년작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이후 27년 만에 영구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자 심 감독이 1999년 ‘용가리, 2007년 '디 워'로 할리우드 진출한 이후 3번째 해외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이날 공개된 ‘라스트 갓파더’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 슬랩스틱 코미디물로, 영구가 뉴욕을 주름잡는 마피아 보스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 분)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영구가 뉴욕에서 벌어지는 마피아 보스 되기는 심형래가 미리 공언한대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로완 아킨슨의 ‘미스터빈’을 연상케 한다. 심형래의 영구는 다양한 표정연기와 맞고 때리고 구르는 모습으로 시종일관 ‘피식’하는 웃음을 선사한다.
하비 케이틀을 비롯해 조직의 2인자 토니V역의 마이클 리스폴리는 진지한 연기를 펼치다가도 가끔씩 큰 웃음을 선사하고, 마초 역의 존 피넷은 영구와 함께 단짝으로 시종일관 웃음코드를 쥐고 있다.
전작 ‘디워’, ‘용가리’를 통해 꿈을 펼친 심 감독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뭘까?”를 고민하다 ‘라스트 갓파더’를 만들어 냈다.
‘라스트 갓파더’ 내내 영구는 백안의 서양 배우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동떨어진 행동을 보인다. 웃음의 코드도 그런 영구의 독특함과 생경함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런 어색함 속에서 심 감독의 미국 진출에 대한 고뇌도 엿 볼 수 있다.
영구가 인기 있던 과거 한국에서 ‘띠리리리리’와 ‘영구 없다’라면 모두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라스트 갓파더’에서 이 같은 대유행어는 나오지 않는다. 심형래의 얘기대로 정서 차이와 영역의 어려움이 있었기에‘띠리리리리’만이 딱 한번 보여질 뿐이다.
심 감독은 ‘라스트 갓파더’를 단순히 ‘영구’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의 향수 잡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다. 동양의 캐릭터가 서양의 배경 속에서도 살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영구의 컴백은 심 감독의 초심으로 회귀를 의미할 수 있다. ‘라스트 갓파더’는 수천만 달러를 들인 할리우드 대작에 비교할 수는 없다. 비교 대상이라면 ‘미스터 빈’ 혹은 과거 찰리 신이 주연했던 ‘못말리는’ 시리즈의 B급 코믹물이다.
SF대작을 꿈꾸던 심 감독의 고뇌는 B급 코믹물인 ‘라스트 갓파더’로 초심으로 돌아왔다. 어깨에 힘을 뺀 심 감독의 주연 복귀작인 것이다. 그 성공은 30일 국내 개봉을 통해 평가될 것이고, 향후 미국 시장 개봉을 통해 결과가 나올 것이다.
17년 만에 돌아온 영구,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 감독의 초심으로 회귀만이 아니다. 그건 그가 데뷔이래 끝끝내 우상시해온 찰리 채플린 오마쥬, 즉 '슬랩스틱'에 대한 영원한 갈망이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