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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구도 변해야죠, 이제 머리에 땜빵과 한복은 보기 힘들겁니다”
추억의 캐릭터 영구가 17년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머리에 땜빵과 우스꽝스러운 한복은 볼 수가 없었다.
최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심형래 감독의 신작이자 영구의 컴백인 ‘라스트 갓파더’에서 우리가 알던 영구의 익살스러움과 바보스러움은 그대로였지만, 그 외모는 무척 달라졌다.
땜빵은 찾을 수 없었고, 2:8가르마로 단정하게 빗은 머리와 한복대신 수트를 차려 입었다. 영화 초반 신고 나왔던 고무신도 어느 순간 구겨진 로퍼로 바뀐다.
이런 영구의 변신에 대해 심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털어 놓았다. 바로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설정과 고전적인 영구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택시에서 내려서 영구가 첫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쓰던 가발과 한복을 가지고 갔어요. 그런데 카메라에 비친 모습이 너무 이질적이더라고요. 마치 아프리카 흑인이 나온 느낌이랄까? 그래서 곧바로 수정을 했습니다”
외모는 서양적으로 변했지만 슬랩스틱 코미디를 장기로 하던 영구는 변하지 않았다. 서양화 된 개그가 아닌 심 감독이 브라운관과 영화를 통해 보여주던 추억의 영구 그대로다.
“슬랩스틱 코미디는 전세계 공용어 입니다. 그런 자신이 있었기에 영구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줬죠. 결과는요? 외모만 보고 의아해 하던 사람들이 빵빵 터지더라고요. ‘이거 되겠다!’ 싶었죠. 하비 케이틀(돈 카리니 역) 같은 배우들이 진지함을 보일 때 영구는 반대로 갑니다. 그게 영화 배경은 진지함에 동떨어진 영구가 보여주는 매력이고요. 그런 점들을 부각시키고 싶었죠”
심 감독은 서양화된 영구가 아닌 동양적인 정서를 가진 영구를 그대로 미국 뉴욕으로 배경만 옮겨서 영화를 만들었다. 제목은 ‘라스트 갓파더’(마지막 대부)라는 서양 냄새가 물씬 나지만 영구가 대부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은 것이다. 월드와이드 런칭을 노린 작품이기에 ‘영구 없다’ 같은 대사의 묘미는 희석 됐지만 개그라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인터뷰 중 심 감독은 40~50대 중장년 층의 도움으로 ‘영구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영구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부모가 되서 자식세대에게 ‘대물림’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처음 영구로 돌아왔을 때 팬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영구를 안다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행사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제 영화를 벌써 예매했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들의 입을 통해서 영구가 대물림 되는 것 같아요. 영구를 기억해 주시는게 너무 감사하고 또 고맙죠 말로 하기 힘들 정도네요”(웃음)
17년 만에 지금의 그를 있게한 영구로 돌아온 심 감독은 이 캐릭터의 변신을 예고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80~90년대에 있던 영구는 지금 봐서는 엄청난 괴리감이 존재하는 인물 입니다. 혹시나 ‘라스트 갓파더’ 같은 월드와이드 영화가 아닌 한국 팬들을 위한 영구를 만든다면 이제 머리에 땜빵과 한복은 보기 힘들 것 같아요. 시대에 맞게 변하되 웃음 코드인 슬랩스틱은 유지하는게 제 목표 입니다”
시사회 전 인터뷰에 방송 출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심 감독은 바쁜 일정으로 뒤늦은 시간에 배달된 자장면을 허겁지겁 들이켰다. 영구의 컴백인 ‘라스트 갓파더’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심형래 감독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분신인 ‘영구’의 17년 만에 컴백이자 심 감독이 주연과 연출 제작까지 1인 3역을 맡은 ‘라스트 갓파더’는 30일 개봉한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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