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연말이면 어김없이 진행되는 방송사의 '뻔'한 시상식이 올해도 열리고 있다. 25일 KBS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29일 밤에는 MBC '방송연예대상'이 진행됐다. 각각 이경규와 유재석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커다란 감흥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그들만의 잔치,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이 와중에 등장한 '뻔뻔한 놈'이 쏠쏠한 재미를 주고 있다. '악마의 아들' 박명수는 진부하고 따분했던 MBC, KBS 시상식의 유일하다면 유일한 볼거리였다.
수상 소감부터 남달랐다. 25일 KBS 연예대상에서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한 그는 "감사하다. (그래도) 큰 기대 했었는데, 일찍 나온 감이 있다"며 대상을 염두에 둔 말 재치를 발휘, 그 이상의 상을 기대했음을 솔직히 밝혔다.
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건방진 생각이었는데 올 가을까지만 해도 대상 받는 줄 알았다. 대상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며 "사실 정형돈과 경쟁하며 상 못 받으면 얼마나 창피할까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 그릇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큰 상에 집착하는 듯 보일 수도 있었지만, 식상하게 진행되는 시상식에서 나온 특이하고 특별한 수상 소감이었다. '악마' 박명수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솔직한' 박명수만이 시도했기에 통쾌했다.
2006년 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휴 로리는 기가 막힌 수상 소감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의학드라마 '하우스'에서 하우스 박사를 연기한 그는 당시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할 사람들을 적다보니 172명이나 됩니다. 그래서 이름을 적은 쪽지를 제 왼쪽 바지 주머니에 넣어 왔습니다"라고 자신이 꺼낸 쪽지에서 세 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헤어 디자이너 이름도 나왔고 감독 이름, 기획사 대표 이름도 나왔다. 그리고 그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은 단연 이날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다.
대중이 원하는 시상식은 이런 것이다. '뻔'하고 식상한 시상식을 피할 수 없다면 대중들은 최소한 특이하고 특별한 수상 소감을 보고싶어 한다. 2시간 넘게 진행되는 따분하고 무료한 그들만의 잔치에 대중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기존의 답습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이다.
박명수는 25일, 특이한 수상 소감 만큼이나 특별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KBS 연예대상' 쇼오락 MC부문 남자 최우수상 수상자로 이승기가 호명되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미리 준비해 둔 안약을 눈에 넣은 박명수는 속상함에 눈물을 흘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물론 이는 방송사가 미리 마련해준 쇼가 아니였다. '예능인' 박명수가 스스로 만들어낸 '뻔뻔한' 퍼포먼스였다.
[박명수]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