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 네티즌의 낙서에 언론이 낚였다.
28일 국내의 일부 언론 매체는 독일 'ZDF Das Auto'를 인용해 현대자동차가 개발중인 신형 세단의 이미지가 유출됐다는 보도를 하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해당 언론들은 사진을 두고 현대차가 'BX'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신차 이미지라며, 개발 중인 신차는 4.6리터 타우엔진을 탑재한 중대형급 스포츠형 세단으로 풀타임 4륜구동과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고 출력이 391마력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언론들은 현대차의 입장까지 전해 듣고 "현대차가 2012년 출시할 신차리스트에 'BX'란 프로젝트는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과 기사들은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 사이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해외 네티즌들도 현대차 'BX'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또 한 언론은 국내 전문가의 말을 빌려 현대차에서 검토중인 계획을 우연히 입수한 독일 언론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확인 없이 보도한 건 독일 언론이 아니라 국내 언론들이었다. 기사와 함께 공개한 현대차 'BX'의 이미지는 사실 한 네티즌이 10분 정도 끄적거린 낙서였던 것이다.
아이디 '시원한냉면'이란 네티즌은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현대 고성능 신차 BX - 제 심심풀이 낙서로 빚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이란 글을 올리고 해당 신차 이미지가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현대차의 '헥사곤 그릴'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더 나은 디자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헥사곤 그릴'과 현대차의 주요 디자인을 적절히 조화해 에쿠스의 사진과 합성했다고 알렸다.
또 이 네티즌은 합성한 이미지를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렸는데, 그것을 누군가가 퍼가서 'ZDF Das Auto'란 워터마크를 덧입혀서 유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BX'란 프로젝트명도 이 네티즌이 사진을 사이트에 올릴 때 입력한 'Better Exchange'란 태그에서 비롯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즉 이 사진이 해외의 자동차 관련 사이트서 화제가 되자 이것을 국내 언론에서 그대로 가져가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던 것이다. 이 네티즌은 이에 대해 "요새 기자는 dog나 cow나 다 한다더니 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라며 "국내 언론의 찌라시급 수준에 고개를 젓게 된다"고 비아냥 댔다.
현재 이 네티즌의 글은 현대차 'BX' 이미지가 낙서였다는 사실에 충격 받은 네티즌들에 의해 이곳 저곳으로 퍼지고 있다. 또 현대차 'BX' 관련 기사는 오보였던 것으로 밝혀지자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다.
[에쿠스의 실제 이미지(첫번째 사진)-아이디 '시원한냉면'이 사진을 합성한 과정1,2. 사진 = 아이디 '시원한냉면' 블로그(http://faction.co.kr/140120667562)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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