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올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고도 급작스럽게 경질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29년 프로야구사를 뒤돌아보면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거두고도 경질된 감독은 여럿이다. 하지만 전임자보다 나은 성적을 거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최초의 감독 경질 사례는 1983년 후기리그부터 LG 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을 이끌고 후기리그 30승 1무 19패(.612)의 호성적으로 MBC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이다.
하지만 김동엽 감독은 후기리그 우승 보너스와 관련해 구단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준우승을 거두고도 유니폼을 벗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사상 첫 우승을 안긴 어우홍 감독이 부임했으나 이듬해 성적은 4위에 그쳤다. 결국 1985년 후기리그부터 김동엽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1986년 삼성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영덕 감독도 경질의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1985년 삼성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지만 1984년과 86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패하면서 결국 박영길 감독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박 감독 역시 1987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선 감독의 선배격인 삼성 감독은 또 있다. 1990년 삼성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동진 감독이다. 정 감독은 1990년 정규시즌에서는 4위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의 숙원이었던 '해태 타도'를 이뤄낸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재계 라이벌 LG에 4연패하면서 쓸쓸히 물러났다. 그러나 후임 김성근 감독은 이듬해 플레이오프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역대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히는 2002년 한국시리즈도 피해자를 낳았다. 김성근 감독은 전 시즌 6위였던 LG를 정규시즌 4위로 끌어올린 뒤 연일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고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막강 삼성과 명승부를 벌여 '야신' 칭호까지 얻었다. 하지만 LG 팀컬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와 수많은 논란 속에 유니폼을 벗었고 이듬해 LG는 다시 6위로 돌아섰다. 그리고 지금까지 LG는 단 한 번도 가을잔치에 초대된 적이 없다.
유일하게 전임자를 능가한 성적을 올린 감독은 공교롭게 선 감독이다. 선 감독은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 끝에 준우승을 거둔 김응용 감독 대신 2005년 첫 지휘봉을 잡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성적에 따른 경질이라기 보다 자연스런 세대교체였다. 이미 2004년 수석코치로 감독수업을 받으며 사실상 감독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한 선 감독은 김 감독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자연스레 감독직을 맡아 명장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한국시리즈 진출 뒤 경질된 감독들의 '잔혹사'는 삼성 구단과 신임 류중일 감독에게도 무거운 짐이 될 전망이다.
[사진 = 삼성 선동렬 감독]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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