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달 30일 선동열 감독이 퇴진하고 제 13대 감독으로 류중일 코치를 선임했음을 발표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서 대구 그리고 삼성과 24년을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지역색과 순혈주의 강화에 나선 삼성이 선택한 인물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는데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된 류중일 감독이 처한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 삼성에게 당연한 가을 잔치
삼성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대위업을 달성했고 지난 해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뒀다. 그들에게 가을 잔치란 연례 행사다.
이렇듯 당연하게 여겨지는 삼성의 가을 잔치인 만큼 신임 감독으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부담을 줄이는 것은 구단의 몫이다.
삼성이 감독 경험이 전무한 류중일 감독을 선택한 것은 당장 우승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감독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색 강화에 적합한 감독'을 선임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 역시 간과하기 힘들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의 무기력한 패배가 선동열 전 감독이 물러나게 된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도 '큰 경기'의 내용이 납득시킬 수준에 맞춰야 하는 것이 '초보' 류중일 감독에겐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 100% 전력 완성을 향하여
선동열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중 "SK, 두산보다 전력이 달리는 게 사실이다. 2~3년을 내다보고 선수들을 키워서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아직 팀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자주 얘기하곤 했다.
1위 SK를 위협할 때도 우승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기보다 젊은 선수들의 경험 축적에 무게를 실었다. "4위 안에 들어서 젊은 선수들에게 단기전 경험을 꼭 시켜주고 싶다"던 선동열 전 감독이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말대로 아직 삼성이 미완성된 팀이라면 류중일 감독은 완성형 팀을 구축해야 하는 임무가 뒤따른다.
그러나 삼성은 이미 상위권 전력을 갖춘 팀이다. 게다가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 2008년과 지난 해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았다. 오히려 팀이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은 류중일 감독에겐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 프런트의 인내와 믿음, 과연 언제까지?
류중일 감독이 '초보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입견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 선수와 코치로서 24년이란 ?시간 동안 삼성과 함께했기에 류중일 감독만큼 삼성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또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에 걸맞게 대구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기반을 갖춘데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상황에서 특유의 친화력을 가져 선수들을 무난히 이끌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직 류중일 감독이 어떤 야구를 펼칠지 알 수 없으나 야수 출신인 만큼 선동열 전 감독과는 똑같은 스타일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류중일 감독은 "최선을 다해 실망시키지 않는 야구를 선보이고 싶다. 많은 관중들이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미와 성적을 동시에 추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초보 감독의 한계를 뛰어 넘고 전임 감독과 다른 야구를 펼치면서 강한 전력을 유지하려면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런트의 인내와 믿음도 필요하다. 일단 '순혈주의'로 물갈이된 현재, 프런트의 신임을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두고봐야 한다. 과연 삼성은 류중일 감독을 얼마나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류중일 신임 감독. 사진 제공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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