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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영구는 더 이상 없다. 대신 YoungGu가 돌아왔다. 심형래가 감독하고 주연까지 한 영화 ‘라스트 갓파더’가 관객수 120만 명을 넘기며 순항중이다. 2007년 화제와 논란 속에 관객 840만 명을 기록한 ‘디워’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1950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은퇴를 앞둔 마피아 대부(하비 케이텔)의 숨겨진 바보 아들인 영구(심형래)가 조직을 물려주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가 주 내용이다.
심형래는 아버지 연배로 보이는 조숙한(?) 영구로 나와 여전히 분주하게 사고를 치며,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설임을 증명해낸다. ‘척’하지 않고, 아예 뻔뻔하게 ‘막’가는 몸개그가 차라리 솔직하고 참신해 보인다. 결국 화해와 나눔을 전하며 착한 마무리도 따스해서 좋다.
1982년 제1회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심형래는 ‘유머1번지'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영구, 바보 포졸, 눈치 없는 펭귄, 멍청한 파리, 헝그리 복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1980년대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심형래는 좌절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좌향좌’를 할 때 거침없이 ‘우향우’를 하고, ‘뒤로 돌아’를 할 때 여유 있게 ‘정면’을 바라보는 ‘변방의 북소리’ 속 모자란 포졸처럼 자신이 정한 방향으로 전력질주 해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바보 캐릭터를 세계 속에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디워’ 속 이무기처럼 영구를 다시 부활시켰다. ‘영구없다’를 외치던 땜통 머리 한복 영구는 ‘오케이(Ok)’를 외치는 2대8 가르마 나비 넥타이 YoungGu로 변신했다. 전 세계 코미디 영화들이 성(性)적 코드나 욕설, 비속어로 도배되는 현실에서 누구나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전면에 세운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 영화를 좋아할 수는 없다 ‘디워’ 때처럼 평론가와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영구의 능청스런 표정과 연기, 기상천외한 상황 때문에 인정사정없이 웃기는 것은 사실이다.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히고 맞는데 그 안쓰러움에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나온다.
1999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며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안하니까 못한다”는 명언을 남긴 심형래. 12년이 지난 지금, 개그맨보다 코미디언이란 말이 어울리는 50대 영구 심형래는 배바지를 입고 뉴욕 한복판을 누비고 있다.
[심형래, 영구와 땡칠이 스틸컷, 라스트 갓파더 포스터(위부터). 사진 = MBC]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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