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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1일 새해 벽두부터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올 들어 한강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그러더니 3일 낮 날씨가 조금 풀리기 시작하면서 서울 여의도 공원에 쌓였던 눈들도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3일 롯데호텔에서 가졌던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 제작발표회를 취재한 뒤 약속한 인터뷰를 위해 신문사 사무실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향하는 도중 인터뷰의 주인공이 MBC라디오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고현정이다. 실은 걱정이 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밝힌 수상소감의 논란을 일으키면서 시청자와 대중매체의 비난의 집중 포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현정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알고 보니 트위터와 팬카페를 통해 수상소감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의 글을 보면서 고현정,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신문사 사무실에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민낯의 고현정이 나타났다.
“죄송해요. 편하게 인터뷰할 수 있었는데 저의 불찰(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말한 수상소감과 대상수상에 대한 논란과 비판)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끼쳐드렸었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1990년 우연히 신문사(한국일보)에서 스치며 지나간 고현정의 얼굴을 떠올렸다. 1989년 미스코리아 선을 차지한 뒤 방송에 진출해 프로그램 출연과 함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로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던 고현정이 미스코리아 주최사인 한국일보를 찾았다. 이름조차 알지 못했는데 선배 기자가 “저 친구가 미스코리아 고현정”이라고 일러줘 얼굴을 스치면서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20년 세월이 흘렀다. 그 20년 세월 사이에 고현정은 전 국민이 알아보는 극적인 한편의 드라마가 됐다.
미스코리아가 된 직후 방송사에서 안정적이고 멋있어 보이는 연기자들 모습을 보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는 고현정은 이후 ‘엄마의 바다’‘거침없는 사랑’으로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미스코리아에서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는데 운이 좋아서 좋은 작품을 만났어요.”고현정은 좋은 작품 덕분으로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운명을 바꿔놓은 작품을 1995년에 만났다. 바로 김종학PD의 ‘모시계?? 전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이 드라마에서 고현정은 카지노 대부의 딸로 조직폭력배를 사랑하는 강렬한 윤혜린역을 맡아 캐릭터를 기막히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톱스타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 국민의 연인으로서의 기간은 너무 짧았다. 고현정은 한 남자(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의 아내로 그녀의 삶의 행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모래시계’로 톱스타에 오른 고현정은 곧바로 연예계 전격 은퇴라는 너무나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톱스타와 재벌 2세와의 결혼은 고현정의 말처럼 방송 메인뉴스를 장식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너무 그 사람을 사랑했어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걸 걸어서 사랑했어요. 그때는 그 사람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사람과 결혼을 했지요”고현정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서 삶보다 한 남자의 아내를 선택한 것은 바로 그 남자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8년여 동안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며 한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던 그녀가 갑자기 대중의 시선의 중앙에 들어섰다. 이혼을 한 것이다. 2003년이다. “제가 많이 모자랐고 힘에 부치는 점이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이혼)결정을 했어요.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았어요. 그런데 이혼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그 사람을 원 없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년여의 휴지기를 거친 후 드라마 ‘봄날’로 연기자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했다. 그녀를 향한 대중과 대중매체의 시선은 강렬했다. 그리고 고현정은 그 시선에 당연히 부담을 느꼈다. “‘봄날’로 데뷔하면서 부담을 가졌다. 그리고 슬럼프도 있었다. 그런데 슬럼프조차 감사했다.”고현정은 고립된 생활이 너무 힘겨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히트’‘여우야 뭐하니’등을 하며 연기자 고현정의 존재감을 심었고 ‘선덕여왕’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함과 동시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톱스타로서 부활을 알렸다.
“워낙 작품이 좋았어요. 캐릭터가 강렬해서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신거지요” 그리고 2010년 ‘대물’로 다시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연기자로서의 이같은 삶은 정말 너무나 극적이다. 그리고 대중이 보지 못한 삶의 이면들에 대해 물었다. 고현정을 소개하는 위키백과 사전에는 그녀의 이혼날짜까지 명기돼 있다. 그야말로 아픔의 날짜마저 속속들이 공개된다. 얼마나 힘들까. “이제 괜찮아요. 연기자로 산다는 것은 그것을 감수해야하는 숙명을 받아들인 것을 의미해요. 저도 많이 힘들고 아프지요. 하지만 그것 조차도 관심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현정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말하는 스타일과 거침없는 행동 그리고 작품 속에서 연기했던 강렬한 캐릭터, 대중매체가 구축한 고현정의 신화가 어우러져 그러한 인식을 심어준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맞는 것 같다고 동의했다. “저를 자주 만나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데 만나보지 않는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한다. 말투나 어투가 직설적이고 뒷말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오해도 많이 산다.”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는 고현정에게 앞으로 사랑을 하더라도 연기는 계속하라고 당부를 했다. 그리고 물었다. 배우로서의 최종 꿈은 무엇이냐고. 그녀는 말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싫어하는 사람이든 작품에서의 연기가 기가 막혔다는 말을 모두 할수 있게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분명 고현정은 그러한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고의 연기자라고 찬사를 받는 이순재는 고현정에 대해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가 여행을 간다고 했다. “아버지가 칠순이어서 가족여행을 한 뒤 저혼자 파리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요.”여행에서 돌아온 고현정이 보다 대중에게 편안하고 소탈하게 평소의 모습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파주의보가 해제된 때문인지 3일의 날씨는 많이 풀려 있었다.
[솔직보다는 정직하려고 노력하며 기가 막힌 배우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는 고현정. 사진=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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