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프로야구 실행위원회는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무승부를 승률 계산에서 제외시키는 '일본식 승률제'로 환원할 것을 결정했다.
2008년 무승부를 전격 폐지하고 무제한 연장전을 도입했으나 1년 만에 무승부를 부활시켰고 대신 무승부 방지 차원에서 '무승부=패배'로 간주하는 '로컬룰'을 만들었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또 한번 제도에 손을 대야만 했다.
무승부를 둘러싼 의견차는 여전하다. 어떤 규정이라도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제도가 계속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승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갈등은 영원할 것이다. 그래도 무승부를 없애는 것 보단 낫다고 보는 모양이다. 제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무승부 폐지는 아예 거론 조차 되지 않았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진 끝장승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8년 무제한 연장 승부를 도입했다. 이는 '끝장승부'로 불렸다. 2008년 9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장 18회 승부가 벌어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장에선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들은 한국프로야구는 선수층이 엷어 후유증이 크고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늘어난다고 했다. 여기에 관중들의 귀가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쏟아진 말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는 무승부가 없다. 승패가 갈릴 때까지 경기를 한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규모는 한국프로야구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마이너리그를 합치면 선수들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도 1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25명이다. 오히려 한국프로야구는 1군 등록 인원이 메이저리그보다 1명 많다. 1군 엔트리엔 26명이 등록되고 그 가운데 25명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1명씩 늘어난다.
만일 끝장승부가 다시 실시돼 선수들의 부상이 늘어난다면 과연 끝장승부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낙후된 그라운드 자체 만으로 선수들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 경기수는 늘리는데 끝장승부는 불가능?
끝장승부는 선수층이 엷으니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엷은 선수층으로 각 팀당 7경기씩 더하겠다는 발상은 무엇인가.
프로야구 실행위원회는 내년 시즌부터 각 팀당 경기수를 133경기에서 140경기로 늘릴 것을 합의했다. 새 구단 창단 여부가 결정되면 또 바뀔 수 있어 유동적이긴 하지만 경기수를 늘린다는 원칙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수 증가는 50홈런, 200안타 등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규정이닝을 채우는 투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2006년 26명 → 2007년 20명 → 2008년 17명 → 2009년 16명 → 2010년 15명)를 감안하면 불펜투수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끝장승부가 실시되면 선수들은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경기수를 늘리는 것만큼은 아니다. 끝장승부는 예측 불허의 상황인데다 자정을 넘기면서 경기를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반면 경기수 증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많은 팬들이 무승부가 사라지길 염원하는 이유는 승리에 대한 열망이 무승부가 없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무승부가 승리만큼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할 수는 있다. 패배보다는 분명 낫기 때문이다. 덕아웃은 안도의 한숨을 쉴지 몰라도 관중석은 후회의 한숨을 쉬게 된다.
※ 한국프로야구 순위 결정 제도 변화
1982~1986년 - 무승부 승률 계산 제외 (승 / 승+패)
1987~1997년 - 무승부 0.5승 인정 (승+무X0.5 / 경기수)
1998~2002년 - 무승부 승률 계산 제외 (승 / 승+패)
2003~2004년 - 다승제 실시
2005~2007년 - 무승부 승률 계산 제외 (승 / 승+패)
2008년 - 무승부 폐지
2009~2010년 - 무승부 부활, 무승부=패로 간주 (승 / 경기수)
2011년 - 무승부 승률 계산 제외 (승 / 승+패)
[끝장승부가 벌어졌던 두산-한화 경기 장면.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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