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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년 동안 20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봤고, 그 중에서 '싸인'을 골랐다" 박신양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5일 오후 SBS 새 수목드라마 '싸인'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 법의학 드라마를 표방한 '싸인'은 미해결 사건 희생자들의 시신에 남은 흔적인 '싸인(Sign)'을 통해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다.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은 "한국판 'CSI'를 보게 되는 것이냐"며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이 미리 언급했듯이 '싸인'은 'CSI'처럼 과학적인 조사 과정에 집중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싸인'에겐 'CSI'에는 없는 인간의 다양성과 그 안에 숨겨진 욕망과 진실을 향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년 만에 돌아온 배우 박신양이 있었다.
지난 2007년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 출연한 박신양은 억대 출연료를 요구해 한국 드라마제작사협회로부터 무기한 출연 정지를 당했다. 이에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이후 전면 활동을 중단했던 박신양은 2년여 만에 SBS를 통해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다.
당초 박신양의 컴백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제각각 이었다. 억대 출연료를 요구했단 사실이 알려져 박신양에게 실망한 시청자도 있었고, 박신양의 연기력에 여전한 믿음을 가진 이들도 여럿 있었다. 또 2년 간의 공백이 그의 감각을 떨어뜨렸을 것이란 우려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대중의 이러한 시선을 누구보다 박신양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박신양은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캐스팅 직후부터 부검 지식을 습득하고 100구 이상의 부검 현장에 참관하며 수 많은 시체들과 마주했다.
충격적인 시체들의 모습에 패닉 상태까지 갔던 박신양은 자신의 이러한 노력을 두고 "내 양심이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배우로서 대중에게 준비되지 않은 연기를 보일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의 말은 1회에 바로 드러났다.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은 국릭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권력을 노리는 법의학계 1인자 '이명한'(전광렬 분)과 극렬하게 대립한다.
'이명한'은 국과수 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이돌 스타의 죽음을 은폐하고 '윤지훈'이 맡은 시신의 부검을 자신이 직접 맡아 사건을 조작하려 든다. 하지만 정의를 믿는 '윤지훈'은 '이명한'의 음모를 눈치채고 아이돌 스타의 시신을 빼돌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메스를 든다.
부검실 밖의 전광렬과 부검실 안 박신양의 눈빛 연기는 왜 이들의 이름 앞에 '명품 배우'란 수식어가 붙는지를 증명했다. 특히 전광렬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넌 이제 끝이야"라고 박신양에게 경고하자 박신양은 수화기를 집어 던지고 전광렬에게 진실을 갈구하는 강렬한 눈빛을 보낸다.
또 박신양은 신참 검시관 김아중(고다경 역)에게 "잘 들어. 이대로 바깥으로 나가면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영영 못 듣게 된다. 왜 죽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밝혀 내는 게 우리야.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있는 마지막"이라며 부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드라마 '싸인'의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냈던 장면이었으며 박신양이 '윤지훈'과 하나되어 있음을 느끼게해 준 순간이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평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방송 후 "박신양 변하지 않았군요. 기대 이상입니다", "전광렬과 대립하는 장면은 최고였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너무 기대돼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신양이 대중 앞으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 동안 입맛이 변한 대중은 박신양의 연기력에 의구심을 품었고, 직접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드디어 베일을 벗은 '싸인'의 박신양. 대중은 일단 그의 연기력에 합격점을 내렸다.
[첫 방송을 시작한 '싸인'에서 열연한 박신양(첫번째 사진)과 전광렬. 사진 = SBS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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