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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중세기사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알코올 중독자로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며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떠오른 니콜라스 케이지가 ‘더 록’과 ‘콘에어’로 액션에 재미를 들이더니 ‘페이스 오프’이후 과격한 액션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케이지가 이후 보여준 모습은 실로 다양한데, 전쟁영웅(윈드 토커), 고고학자(내셔널 트레져), 무기 상인(로드 오브 워), 소방관(월드 트레이드 센터), 귀신 씌인 폭주족(고스트 라이더), 목소리만 텐마 박사(아스트로 보이-아톰의 귀환) 등을 했다. 그리고는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감독 도미닉 세나)으로 중세 기사에 도전했다.
다소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해 숀 코너리, 브루스 윌리스 등과 함께 대머리 아저씨 배우에 이름을 올린 그가 중세 기사라니 잘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사회를 통해 첫 국내 공개된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 속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최고의 연기력으로 종교에 대한 믿음과 개인의 양심, 그리고 선과 악의 모호함에 대한 인간의 고뇌를 잘 담아냈다.
머리는 어땠냐고? 영화 초 금발 가발을 쓰고 등장하는 케이지지만 이후 흙탕물에 뒹굴고 구르면서 머리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게 변해가서 그의 외모를 볼 틈이 없을 정도다.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십자군 전쟁이 한창 벌어지던 1344년 중세를 배경으로 담았다. 오랜 기간 이어온 십자군 전쟁과 함께 유럽 전역에는 흑사병이 퍼진 암울한 시대로 당시 기독교도들은 종교에 대한 불만과 사회불안을 무마하려고 여성들을 마녀라고 지칭하며 처형을 집행했다.
사건의 발단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운 최고의 기사인 베이맨(니콜라스 케이지 분)과 펠슨(론 펄먼 분)이 한 마을에서 적인 줄 알고 무참히 살해했던 그들이 알고보니 아녀자와 아이들임을 알게 된다. 베이맨은 크게 분노하고 이단자 처형을 이유로 이 같은 살상을 저지르는 기독교 사제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결국 펠슨과 함께 탈영하게 된다.
도주 생활을 하던 베이맨, 펠슨은 흑사병이 퍼진 한 마을에 말을 구하러 가지만 기사인 사실이 알려져 포로로 잡히게 되고, 탈영한 죄를 사해주는 조건으로 마녀로 몰려 감옥에 잡혀있는 한 소녀(클레어 포이 분)를 한 수도원으로 이송하라는 부당거래에 응하게 된다.
기존 환타지물 다수가 청소년 취향의 것이었다면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초반 선과 악, 그리고 십자군 전쟁 당시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신을 믿지 않게된 베이맨은 소녀가 마녀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고, 극 내내 고뇌에 시달린다.
중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당시 사회를 잘 그려냈다. 고증을 잘한 듯, 갑옷은 물론 중세 성과 수도원 등 모든 장면장면이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이 같은 배우들의 호연과 미술에 불구하고 시나리오 자체는 아쉬움이 든다. 초반 선과 악, 그리고 신의 이름을 빌린 살인의 정당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해 새로운 판타지에 대한 기대를 불러 모았던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중후반부를 지나면서 단순한 판타지물로 변하게 된다.
중반 이후 이 영화는 그냥 악에 대항하는 정의의 사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일반 판타지로 변모한다. 초반 방대한 설정과 오묘한 심리 묘사로 일반 판타지에서 볼 수 없던 고뇌에 찬 기사 베이맨의 모습으로 ‘뭔가 다를 것’ 같았던 ‘시즌 오브 더 위치’가 그냥 봐왔던 판타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진짜 마녀이냐 아니냐?'를 두고 수 많은 질문과 복선을 주던 소녀 또한 의외로 싱겁게 정체가 드러난다.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는 분명 ‘시즌 오브 더 위치’에서 새로운 기사의 모습을 제시했다. 이는 일부 전작들에서 그냥 히어로로 변해 액션만 보여주던 그의 모습과는 분명 다른, 대중이 케이지에게 원하던 그 모습이라는 점에서 그의 팬들은 볼만한 영화다.
특히 중후반부 그냥 판타지가 될 뻔했던 ‘시즌 오브 더 위치’는 말미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오묘한 심리 묘사와 한마디 대사로 일부 관객을 안타깝게 한다. 이는 케이지의 연기의 진정성일 것이다.
이 영화는 꿈을 심어주는 판타지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새로움도 없다.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베이맨 그 자체를 보는 듯한 연기와 개성파 배우 론 펄먼의 호연으로 러닝타임내내 볼거리는 가득한 작품이다.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초반 배우들의 심리 묘사로 새로운 판타지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다. 하지만 스스로 시나리오를 확장하지 못하고 지금껏 수 차례 봐 왔던 권선징악의 시나리오를 되풀이 한다. 명작이 될 뻔 했던 아쉬운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우려하고 있는 '기사 니콜라스 케이지'는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개봉은 13일.
[사진 = NEW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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