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1950년대 두 차례 우승 후 정상 못 지켜...감독들 줄줄이 사퇴
이준목 (seaoflee)
한국 축구는 역대 아시안컵에서 1956년 1회와 1960년 2회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반세기가 넘는 51년 동안 한국축구는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그간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며 아시아 축구의 맹주 자리를 지켜온 한국축구가 정작 대륙컵에서 한번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한국축구는 왜 유독 아시안컵에서 고개를 숙였을까. 첫 번째로 한국축구에게 있어서 아시안컵이 그리 비중있는 대회로 인식되지 못했고, 둘째는 아시아축구의 상향 평준화를 꼽을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아시안컵은 아시아대륙을 대표하는 대회라는 명칭에 무색하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월드컵같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최고 수준의 대회도 아니었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병역 혜택의 당근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한국축구도 아시안컵에 자연히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급조되어 선수들이 제대로 된 훈련도 소화하지 못하고 1, 2주 손발을 맞추고 나가는가 하면, 아예 2진을 내보냈다가 AFC로부터 공식적인 경고를 받은 적도 있었다.
아시안축구의 수준이 발전하면서 한국축구와 경쟁팀들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발목을 번번이 잡은 것은 중동팀들이다. 아시안컵의 최대 라이벌 이란과는 96년 대회부터 무려 4회 연속 8강전에서 격돌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2승 2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양 팀은 조별리그 성적에 따라 8강에 또 만날 가능성이 있어서 악연의 기록은 5회 연속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000년과 2007년 대회 4강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은 사우디도 역시 중동팀이다.
아시안컵은 한국축구 역대 대표팀 사령탑들에게 있어서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96년 대회에서 '이란 참사'로 기억되는 박종환 감독이다. 당시 성남일화를 K리그 3연패로 이끌며 국내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았던 박종환 감독은 1996년 대회 8강전에서 이란에 충격적인 2-6 참패를 당한 후 벤치에서 물러났다. 급조된 대표팀의 훈련부족과 함께 강압적인 선수관리로 물의에 휩싸인 박종환 감독은 이후 다시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1984년 싱가포르 대회 때 문정식 감독은 조별 리그 2무 2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안고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듬해 월드컵 예선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에 패하며 결국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2000년에는 허정무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했으나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론이 악화되며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아시안컵 저주, 외국감독들도 못 피해
아시안컵의 저주는 외국인 감독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3년 지휘봉을 잡은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은 그해 10월 21일 오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에서 충격적인 1대3 패배를 당했다. 이어 이듬해 몰디브와의 월드컵예선에서 0대0 무승부를 경험하자 자진사퇴했다. 베어벡 감독 역시 본선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무기력한 경기 내용으로 인해 결국 짐을 쌌다.
쿠엘류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조 본프레레 감독은 첫 시험무대인 2004 아시안컵 본선에서 8강에 올랐으나 이란에 3-4 패배를 당하며 시작부터 흔들렸다. 당시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안 된 시기였다는 점에서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도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음에도 사퇴해야 했다.
가장 최근인 2007년 아시안컵을 이끈 핌 베어벡 감독은 불운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설기현 등 당시 주축을 이루던 베테랑과 해외파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베어벡 감독은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내세워 3위를 기록했으나 조별리그 바레인전(1-2) 역전패와 토너먼트 3경기 연속 무득점 승부차기 등 논란의 경기내용 속에 결국 아시안컵이 끝나고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국내파 감독으로서는 11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조광래 감독. 그의 대회 우승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박지성, 이청용 등 남아공월드컵 주력이 건재한 이번 대표팀은 아시아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지만 간판 공격수 박주영의 부상으로 인한 공격진의 약화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성적은 조광래 감독의 입지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한 세대교체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의 우승에 거는 조광래 감독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 카타르 도하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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