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다른 선수가 김광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SK 1군 막내 타이틀은 몇 년째 변함이 없다. 2007년에도, 2008년에도, 2009년 그리고 2010년 모두 한 선수의 몫이었다. 다른 한 켠에는 '에이스'라는 짐을 짊어지고 있었지만 막내라는 것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바로 김광현이다.
그에게는 언제부턴가 '베테랑 막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한 개 추가됐다. 지난 시즌 도중 이 부분에 대해 묻자 그는 "4시즌동안 막내 노릇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1988년생으로 2007시즌 입단했다. 물론 그 뒤에 신인들이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SK에서, 그것도 고졸 신인이 1군 붙박이로 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인들이 뛰더라도 모창민, 최윤석 등 대졸 신인 몫이었다.
지난해 대졸 신인의 경우 1987년생 혹은 빠른 1988년생이 대부분이었다. 1988년 7월생인 김광현에게 입단 이후 2년제 대학을 제외한 대졸 신인들은 모두 형이었다. 제 아무리 프로에서는 엄연히 '선배'라지만 '야구 선배'인 그들에게 선배 노릇을 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면 올시즌은 어떨까. 일단 긍정적인 신호들이 들려오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09년 입단한 김태훈과 지난해 SK 유니폼을 입은 박종훈 등이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
구리 인창고 3학년이던 2008년 퍼펙트 게임을 달성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태훈은 지난 2년간 팔꿈치 수술과 재활 등으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 사이 초중고 시절 '절친'이었던 안치홍(KIA)은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변해 있었기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했다.
팔꿈치 통증을 떨친 그는 올시즌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2년간 1군에서의 성적은 1경기 1타자 상대 1고의사구가 전부지만 김성근 감독이 거는 기대는 다른 누구보다도 크다.
잠수함 투수 박종훈도 '막내 김광현 벗어나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그의 탈삼진/사사구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군산상고 3학년이던 2009년에는 6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98탈삼진 67사사구를 기록했다. 탈삼진과 사사구 모두 고교 투수 중 가장 많았다.
이는 프로 입단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박종훈은 2군 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며 48개라는 적지 않은 삼진을 솎아냈지만 사사구 역시 67개에 이르렀다. 비록 현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깝지만 와타나베 ??스케(지바 롯데)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폼이기에 가능성만은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베테랑 막내' 김광현은 SK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냈다. 기존 선수들의 실력이 탄탄하기도 했지만 이렇다할 신인들을 발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생인 김태훈이나 1991년생 박종훈이 1군에 등장해 연착륙할 경우 김광현은 프로 데뷔 5년만에 막내 딱지를 떼게 된다. 이는 김광현 뿐만 아니라 SK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2007년 첫 우승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선수들이 20대 중반이었지만 2011년이 되며 정근우, 김강민, 박재상도 우리 나이로 30살이 됐다.
이들이 기대만큼 성장한다면 SK에도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김광현은 '5년차 베테랑 막내'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SK 김광현(첫 번째 사진), 박종훈과 김태훈(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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