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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소한이 지나갔고 언제 따뜻한 햇살이 비추느냐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날씨일수록 사람들은 온기가 가득한 집에서 나가려하지 않는다. 뜨끈한 바닥에 엎드려 라디오를 옆에 놓고 귀에만 의존했던 그 시간이 까마득하다.
20년전만 해도 라디오는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다. DJ는 마이크 앞에 앉아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줬고 청취자들은 DJ의 모습과 그 상황을 상상하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이니까 이 순간만큼은 청취자들은 그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상상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연을 들려줄때 DJ는 어떤 모습일까? '슬픈 사연을 읽을땐 DJ도 슬퍼할까?'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왔을까?' '새벽 생방송때 졸려하지는 않을까?' 등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 호기심을 즐겼다. 그 중에서도 라디오의 백미는 DJ를 통해 소개되는 자신의 사연. 자신의 사연이 뽑힐 수 있도록 예쁜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 봉투까지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 작가 눈에 잘 띄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웃기도 울기도 하며 공감대를 만들어 갔다. 라디오를 사이에 놓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라디오는 우리내 사람사는 이야기를 가장 쉽고 빠르게 마음으로 전달해준다. 눈과 귀로 접하는 것보다 DJ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리는 스피커를 통해 듣게된다면 가슴으로 전해져오는 감동은 더 크다.
하지만 그 감동이 계속 이어지기까지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DMB,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결합한 '보이는 라디오' 등과 같은 정통 라디오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출현했고 그 결과 예전과 같은 많은 청취자들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시점이 라디오 방송의 최대 위기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했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내놓은 대안이 바로 '보이는 라디오' 였다. 텔레비전의 연장선으로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청취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방송이 진행되고 DJ들과 게스트들은 어떤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는지, 방송 중간 노래가 나올때 이들은 뭘 하면서 3분을 보내는지 등 귀로만 들으면서 상상했던 부분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속 시원히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결됐지만 그 상상의 맛은 잃어버렸다. 목소리만을 듣고 느낌으로 그 상황이 어떠한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는데, 그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가 항상 옆에 끼고 있는 텔리비전과 별 반 다를게 없어졌다.
라디오의 매력은 들려주는 재미이다. 듣는 것에 싫증난 청취자들을 위해 보여주는 것 까지 시도했지만 정통적인 라디오의 힘은 계속 밀고 가야한다. 라디오는 청취자를 만족시켜야지 시청자의 마음까지 만족시켜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눈의 즐거움은 텔리비전이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맡은 영역에게 충실하면 된다.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라디오가 놓치지 않기만을 바란다.
[사진 = 20년 넘게 청취자들에게 '들리는' 라디오의 매력을 전해주고 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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