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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김태희는 이쁘다. 정말 이쁘다. 그녀의 미모에 대해 감히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연기력에 대해 논하자면 말이 많아진다. 지나치게 우월한 미모에 비해 겸손한 연기력은 늘 도마 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그녀가 달라졌다. 최근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진짜 배우로 돌아왔다. 송승헌과 호흡을 맞추는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가 맡은 역할은 천방지축 푼수 여대생. 짠순이에 엉뚱 발랄하고, 가볍다 못해 경망스럽기 하다. 망가지기 단골 3종 세트, 마스카라 번진 팬더 눈, 화장실에 못 가 안절부절, 대놓고 코 풀기까지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깨방정을 떨수록 시청률은 치솟고 있다. 다양한 표정과 능청스런 연기에 호평 일색이다. 비로소 미모를 벗고 연기를 입은 느낌이다.
학창시절 김태희는 체육시간에 전교 남학생이 창문에 붙어 괴성을 질러대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초인기녀였고, 남동생인 배우 이완에서 누나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청탁에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그리고 연예계로 나온 그녀에게 대중 또한 미모에 찬사를 보냈지만, 그녀의 연기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유명세에 비해 김태희는 연기자로는 편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2003년 드라마 ‘레츠고’로 연기를 시작해 이듬해 ‘천국의 계단’의 악녀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 드라마 ‘구미호외전(2004)’,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영화 ‘중천(2006)’, ‘싸움(2007)’은 대중들의 외면과 연기력 논란만을 남겼다.
다시금 배우로 위기가 찾아온 듯 했으나, 김태희는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궁상 푼수 공주로 승부수를 띄웠고, 순조로운 스타트를 선보였다. 능청스런 코믹 궁상 연기와 함께 아버지의 부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오열 연기까지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전작과는 완전 다른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를 과감히 선택했고, 변화무쌍한 표정과 엉뚱 발랄한 행동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CF 속 쇼윈도 공주는 드라마 속 진짜 공주로 변신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고, 이를 악물고 부단한 노력을 한 듯하다. 2009년 ‘아이리스’로 연기대상 우수연기상을 받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김태희를 보며 지난 10년간 겪었을 연기에 대한 마음고생을 가늠할 수 있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연기력 폄하에 대해 ‘대신 외모를 가졌다’며 망언 아닌 망언을 한 김태희. 완벽한 미모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녀가 완성된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연기의 프린세스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 '마이 프린세스' - '아이리스' - '그랑프리' 포스터(위로부터)]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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