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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뻔 한 시상식에 뻔 한 수상. 이젠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나요? 매년 논란만 있는 시상식 왜 또 하는지... 차라리 통합 시상식을 하면 어떨까요”
연말 시상식이 끝난 뒤 한 방송 관계자는 푸념 섞인 목소리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상파 연말 파티가 끝났다. MBC 측이 설명한 대로 “콘테스트가 아닌 잔치”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즐겁게 끝나야 할 잔치가 무성한 논란과 말만 남긴 채 “뭐가 어땠냐”는 듯 사라졌다.
시상식은 이렇게 시청자 곁을 떠났다. 상을 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진정한 잔치의 의미는 온데간데없다. 지상파가 생각하는 잔치란 바로 이런 것이었나. 시청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그런 시상식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라는 씁쓸함이 남는다.
개운치 않은 뒷맛은 새해가 밝아온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MBC 연기대상의 공동수상 남발과 고현정, 문근영의 ‘시청률 지상주의’에 대한 일갈, 의아한 수상 배경 등 여전히 구태의연한 시상식의 문제점을 남겼다.
오죽하면 MBC와 KBS에서 연기자라면 받고 싶어 할 대상까지 받았던 고현정과 문근영이 “시청률로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 제작 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을까.
이런 현실을 외면하듯 MBC는 심지어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심지어 대상까지 공동수상을 남발했다. 시청률로만 따지면 MBC는 가장 자중했어야 했다. 오히려 반성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았어야 했다.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수상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9월 1일 방송 출연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 소속 연기자들이 파업하는 사태까지 빚어놓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지상파 방송사가 기억해야 한다.
연기자들이 없으면 드라마 또한 없다. 한 해 동안 수고했다며 트로피 남발하는 시간에 과연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드라마 제작 현실과 배우들의 처우 개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연말 가요축제도 마찬가지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지상파 가요 시상식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3사는 가요대축제(KBS), 가요대제전(MBC), 가요대전(SBS)이란 제목으로 시상식 못지않은 자사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축제 이름도 한 글자 차이듯 출연하는 가수들도 한 두 팀 빼고는 다 똑같다. “공연 준비로 연말에 바쁜 가수들 불러다 놓고 빡빡하게 리허설 한 뒤 방송사고나 보여주려는 건지”라며 쓴소리를 내뱉는 시청자들의 말이 생생하다.
연말 시상식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매년 질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 뿐이다. 한 해가 지나가면 또 그만이다. 오늘도 드라마는 또 시청자들을 찾는다. 고달픈 배우들과 제작진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각종 시상식이 열릴 것이다. 자사 이기주의를 버리고 지상파 3사 통합 시상식을 여는 건 어떨는지 지금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통합 시상식을 얘기하기란 너무 늦다. 시청자들을 위한 진정한 잔치를 열기 위해서는 지난 시상식을 되돌아보고 보다 공정한 시상식을 열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SBS 주말극 ‘시크릿 가든’의 극중 주원(현빈 분)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이게 최선이에요? 확실해요?”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꼬집은 고현정(왼쪽)과 문근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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