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강지훈 기자의 스탯바이스탯] 오는 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1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는 두 가지 닉네임으로 불린다. 하나는 하승진 함지훈 양희종 정영삼 김민수 윤호영 강병현 이동준 등을 배출한 2007-2008년 드래프티에 이은 '제2의 황금 드래프티'. 다른 하나는 1순위가 확실한 오세근(중앙대)의 이름을 딴 '오세근 드래프트'다.
메릴랜드대 출신의 최진수를 비롯해 김현민(단국대) 김선형(중앙대) 방덕원(성균관대) 등 즉시 전력감이 여럿이지만 이번 드래프트 1순위를 놓고 다투는 지난 시즌 7-10위팀인 서울 SK, 한국인삼공사, 인천 전자랜드, 오리온스의 수장들은 입을 모아 "오세근"을 외친다. '스탯바이스탯'에서는 이들 팀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하고 오세근을 지명했을 때 펼쳐질 내년 시즌 기상도를 미리 예측하면서 정확히 2주 남은 드래프트의 열기를 달궈보도록 하겠다.
시즌 초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SK지만 올 시즌 역시 플레이오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펼쳐야 할 처지다. 하지만 오세근을 영입한다면 파괴력 있는 4번이라는 현재 라인업의 키를 거머쥐게 된다. 주희정-김효범-방성윤-김민수-테렌스 레더라는 초호화 군단을 갖추고도 좀처럼 뻗어나가지 못하는 SK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부상 탓도 있지만 김민수가 중량감 있는 4번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한 게 더욱 크다. 여름만 해도 로우포스트와 하이포스트를 오가며 기대에 부응했던 김민수는 부상 이후 외곽 지향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면서 레더 홀로 골밑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낳았다. 현 시점에서 분명 김민수에 걸맞는 포지션은 3번이고 그 파트너가 오세근이라면 위력은 배가될 전망이다. 백인선이 오세근의 휴식시간을 벌어준다면 SK의 골밑은 더욱 견고해지고 이로 인해 상대 외곽 수비가 얇아지면 양궁부대의 적중도도 향상되는 연쇄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1순위 지명권을 잡으면 오세근을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오세근 뽑으려고 2년간 이 고생한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오세근은 이상범 감독이 2년간 구상한 리빌딩의 마지막 퍼즐이자 핵심이다. 올 시즌 특급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에 2명의 국가대표, 특급 신인까지 포진시키고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인삼공사의 가장 큰 약점은 단연 4번. 오세근조차 "인삼공사로 가면 4번이 비어서 주전으로 적응이 수월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 양희종-김태술이 돌아오면 다음 시즌 인삼공사는 박찬희-이정현-양희종-오세근-용병으로 꾸려진다. 김태술-김성철-김일두는 핵심 로테이션이다. 프로농구 사상 최강은 아닐지라도 가장 젊고 포텐셜 넘치는 라인업임에는 분명하다. 단테 존스가 떠난 이후 파리 날리는 안양실내체육관도 연일 구름관중이 몰려올 가능성도 높다.
올 시즌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전자랜드지만 오세근을 뽑는다면 '포스트 서장훈' 시대를 위한 리빌딩의 주춧돌을 확실하게 놓는 셈이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1순위는 오세근이다. 다른 모든 감독님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오세근은 골밑뿐 아니라 외곽도 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팀의 에이스가 될 재목"이라고 호평했다. 내년 시즌이면 우리나이로 서장훈은 서른 아홉, 문태종과 신기성은 서른 여덟이 된다. 전자랜드의 세대교체는 오세근이 영입되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례로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서장훈을 떠나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미 서장훈은 현주엽-하승진 등 '트윈타워' 체제에서 실패를 겪은 바 있다. 오세근과 중앙대에서 신화를 개척한 지난 시즌 신인왕 박성진이 좀 더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군입대할 정영삼의 공백은 메워야 한다.
오리온스는 오세근을 뽑는다면 이동준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들어 급성장한 이동준이지만 내년 시즌이면 32세. 이동준-오세근의 공존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동준을 카드로 취약 포지션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보인다. 여전히 김승현의 복귀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박유민이 성장하고 전정규가 복귀하면 백코트는 경쟁력이 있다. 이동준 카드로 뛰어난 3번을 영입하는 게 오리온스 리빌딩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 1인 체제에서 뛰어난 4번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동준의 영입을 위해 기꺼이 스타플레이어를 내 줄 팀도 여럿이다. 허일영-김강선-박재현의 발굴로 2-3번 포지션의 양적-질적 성장은 두드러진다. 중앙대 2학년 때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에 의해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오세근은 김남기 감독과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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