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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PD의 '故김성재 사건' 전말 "오른손잡이인데 오른팔에 28방 주사? 동물마취제, 사라진 CCTV…모두 우연의 일치였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SBS 수목드라마 '싸인'이 1995년 故김성재의 의문사를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잇따른 가운데, 당시 타살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김경만 전 SBS PD가 입을 열었다.
김 전 PD는 13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故 김성재 사망사건 특종 취재한 PD로서'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싸인'을 보고 이번에는 블로거로서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실 무서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서 "날 바라보며 '김경만 PD시죠?'하면서 묻던 그녀의 눈빛과 말투가 16년이 지난 오늘도 눈과 귀에 선하다. 소름 끼친다"며 김성재 사건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김성재의 여자친구를 거론했다.
그는 "나 또한 특종이란 걸 하고 나서 오랜 세월 고통에 시달렸다"며 "승소했으면 (김)성재에게도 육 여사님(김성재의 어머니)에게도 떳떳했을텐데 죽은 성재에게도 죄스러웠고, 육여사님께도 죄스러웠고 무죄가 된 그녀에게도 죄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김 전 PD는 김성재 사건 취재 당시 상황을 모두 설명했다.
그는 "죽기 전 날 '인기가요' 방송 당시, 대기실에서 웃통을 벗고 있던 성재의 오른팔에는 아무 상처가 없이 깨끗했다"며 "홍제동 호텔에서 멤버들과 솔로 컴백 무대를 축하하고 거실에 그녀와 성재만을 남긴 채 모두 방에 들어가서 잤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때도 멤버들은 오른팔을 들고 이야기하는 성재의 팔에 상처가 없었다고 한다"며 "그리고 아침에 오른팔에 28방의 주사 자국을 남기고 시체가 돼 있었던 것이다. 사인은 청장년 급사 증후군이란 건데 특별한 사인을 밝히지 못했을 때 붙이는 이름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PD는 당시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동물 마취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졸레틸이란 동물 마취제 성분 두 가지가 검출됐다. 애견 병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취제였다. 많이 주사하면 죽는다고 했고, 동물을 운반할 때도 마취에 쓴다고 했다. 마약 쪽 전문가들에게 알아봤는데 이 약을 환각용으로 쓰는 사람 못 봤단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손잡이였던 김성재가 주사자국이 오른팔에 있는 점, 듀스 멤버 이현도가 언급한 김성재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 졸레틸 성분이 환각용이 아니란 점, 여자친구가 동물마취제를 구입한 점 등을 바탕으로 김성재의 여자친구를 범인으로 의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PD는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가 무죄를 받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그녀가 구입한 동물마취제 양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거였다. 그녀는 자신의 강아지를 안락사하는데 동물마취제를 썼다고 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른손잡이인 성재가 왼손으로 동물마취제 스물몇방을 주사로 혼자서 놓고 죽었고,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에 같이 있었던 것은 우연이고 동물마취제를 산 것도 우연의 일치다"라며 "죄도 없는 그녀에게 PD로서 내가 한 짓은 죽어 마땅한 짓이었다. 그녀가 '싸인'이란 드라마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으로 짐작된다. 소름끼치도록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말했다.
또 "홍제동 S호텔에 가서 관계자 인터뷰 중 사건 당일 CCTV 화면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송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경찰 조사 결과 CCTV 화면이 없단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어떻게 가장 중요한 단서인 CCTV가 없다는 건지"라며 "참 우연치고는 드럽게 이상하다. 모든 것이 다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진실은 아니란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끝으로 "그래도 난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녀에게 용서를 빈다고"라며 "'싸인'에서라도 진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대리만족하고 싶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드라마 '싸인'에선 아이돌 스타 '서윤형'이 콘서트 도중 대기실에서 여자친구 '강서연'의 주도로 소속사 대표, 스타일리스트 등과의 모의에 의해 살해당한다. 특히 '서윤형' 살인 사건에서도 대기실 CCTV 영상이 현장에서 사라지는 등 여러모로 김성재 사건과 유사해 네티즌의 논란을 일으켰다.
['싸인' 속 의문사 당한 아이돌 스타 '서윤형'(건일 분)과 故김성재(첫번째 사진 왼쪽)-'싸인'의 김아중(두번째 사진 위)과 박신양. 사진 = 김성재 앨범 재킷-SBS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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