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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 마치 이 학교가 아니면 안 될 필연처럼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 여러 가지 사연들을 가슴속에 품은 채 열정 하나만으로 입학한 50명이 그렇게 한 반에 모이게 됐습니다.
사실 처음 얘기하는 것이지만 입학 후 당시 “세상에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이 이렇게나 많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만큼 멋진 친구들이 한 반에 모이게 된 것이었죠.
그래서 매일 아침 등굣길은 정말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쿨버스를 타면 선배누나들이 귀엽다고 예뻐 해주고 교실엔 저의 멋진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고... 정말 내가 꿈꾸던 외국 같은 고등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머나먼 등굣길이라 새벽부터 준비해야하는 데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군요.
하지만 저희 학교 특성상 남자들 사이에서는 선후배 규율이 무척이나 엄했습니다. 여러 가지 규칙들과 선배들을 깍듯하게 모시다보니 시간은 정말 빠르게만 흘러갔습니다. 처음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란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친한 친구 몇 명이랑만 같이 어울리는 성향인 저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른 후에 깨닫게 되었죠. 연극이나 영화는 한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두 달 여의 연습시간동안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나가는 단체 작업이기에 그 배우들이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좌우됩니다. 때문에 같은 반동기들이 각자 친한 사람들끼리만 움직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 하단 생각이 번쩍 들게 된 것이죠.
그 후로 우리는 마치 하나의 공처럼 똘똘 뭉쳐서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한 친구가 가정형편이 안 좋아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 친구의 등록금 고지서를 몰래 가져가 몇 명이 돈을 모아 내준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등록금을 누가 냈는지 모르고 있죠.
아침부터 리딩, 발성연습, 신체훈련 등등..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시간은 어느덧 12시 가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며 지낸 두 달 간의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저의 첫 연극을 공연하게 됐습니다. 터질 듯 한 심장을 달래며 드디어 시작한 나의 생애 첫 연극, 1시간이 넘는 공연이었지만 공연을 마치고 나선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흐르는 땀과 관객들의 박수소리 그리고 눈부신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꿈을 꾸는 듯 했습니다. 그때 했던 생각이 지금도 기억나네요. “아직 연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바로 그 순간 저는 진정한 연기자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고세원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③는 다음주에 또 이어집니다.
[계원예술고등학교 학창시절 모습(맨 위)과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에서 김지호와 멜로 연기를 선보인 고세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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