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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소신'은 사전적 의미로 '굳게 믿고 있는 바 혹은 생각하는 바'를 뜻한다. 그리고 '소신 있는 사람'은 '굳게 믿고 있는 바를 실천하는 사람 혹은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 소신 있는 여배우 한 명이 있다. 자신에게 어떤 후폭풍이 닥쳐올 지, 어떤 삐딱한 시선이 돌아올 지, 이에 굴하지 않는 용기 있는 한 여자가 있다.
영화 배우 김여진은 최근 홍익대 청소노동자 170명이 최저임금 보장, 식비 지급, 식사 공간 등 기본적인 사항들을 요구해 오다 해고 되자, 이들의 농성장을 찾아 격려했다. 그는 직접 사비를 털어 밑반찬을 샀고 어머니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사진을 찍었다.
또 1인 미디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몽구'에 따르면 그는 "너무 늦게 돌아 봤다. 죄송하다. 꼭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 인기만 더 있었다면 어머니들에게 더 큰 힘이 되었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여진의 이 같은 행동은 공인이라는 신분을 놓고 볼 때 매우 특별했다. 현 연예계에는 사회 참여를 꺼리는 연예인이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사회적 통념·가치에 의해 평가받는 존재다. 특히 취향과 기호, 신념이 다른 대중은 연예인의 사회 참여에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리고 대중매체들은 각기 다른 프레임으로 이들을 조망한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은 이것에 두려움을 느껴 자신이 믿는 소신대로 섣불리 행동하지 못한다.
앞서 몇몇 연예인들은 용기있는 행동으로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못했다. 김제동은 지난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노제 사회를 본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했고 이후에는 프로그램 MC를 맡지 못해 '외압설'과 관련한 뒷말이 무성했다.
가수 윤도현 역시 미선이 효순이 추모집회, 이라크 파병반대 집회,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등이 눈엣가시가 돼 '윤도현 러브레터'에서 하차해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몇몇 연예인들은 쇠고기 사태와 관련된 발언을 하다 곤혹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속칭 '앞에 나서는 연예인'으로 분류되면 연예 활동에 큰 장애가 발생해 왔다. 우리 사회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참여의 대가는 혹독했다. 만약 사회 참여를 통해 올바른 소리를 내고자 한다면, 그만큼 자신의 밥줄도 담보로 내걸어야 했다.
하지만 김여진은 이러한 불합리한 조건 속에서 소신있는 소리를 내기 위해 홍익대로 달려갔다. 밑반찬을 사서 어머니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너무 늦게 돌아 봤다"며 죄송하다고도 말했다. 또 농성 철거를 요구하는 총학생회장에게는 기성세대인 자신이 잘못했다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천적 행동을 했다는 점은 네티즌들의 찬사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김여진은 분명 '정치적 참여'가 아닌 '사회적 참여'를 했다. 여기엔 그 어떤 실리를 추구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움직인 행동만이 있었다.
한 네티즌은 김여진의 '소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학력위조 사건 때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건 연예인이죠. 병역 비리 의혹이 터지면 가장 많은 손가락질을 받는 것도 국회의원이 아니라 연예인입니다. 예. 연예인은 그런 존재입니다.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고 시기, 질투의 대상입니다. 나는 오늘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어떤 해코지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그 어떤 색안경을 두려워 하지 않고, 홍익대 정문을 통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재촉하던 당신의 뒷모습에 나는 박수를 보냅니다."
[김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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