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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말 그대로 드라마 전쟁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개의 방송사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시청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월, 화요일 저녁에는 '역전의 여왕(MBC) vs 아테나(SBS) vs 드림하이(KBS)'의 3강 구도가 형성됐다. '드림하이'는 첫 방송 당시, 아이돌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며 실망스러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제는 불과 2% 안팎의 시청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목극은 '마이 프린세스(MBC) vs 싸인(SBS)'의 2강 구도 속에 '프레지던트'가 그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13일 방송된 '마이 프린세스'는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처음으로 20%(이하 AGB닐슨·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최수종-하희라'의 만남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는 13일, 14일 7.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특별한 아우라를 뽐냈던 최수종의 효과는 없었고,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이야기로 높은 점수를 받은 드라마의 원작, 만화 '이글'의 효과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마이 프린센스'와 '싸인'으로 쏠렸다.
▲ '프레지던트'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가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SBS 드라마 '대물'의 종영과 맞물리는 부분인데, '대물'과 '프레지던트'가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고현정 대통령'을 끝으로 또 다른 대통령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모습이다.
극적인 스토리 라인이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레지던트는 민주화 운동 경력과 인권 변호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린 정치 드라마다. 장일준은 자신만만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젊은 정치인이다. 또 품위가 있고 여유가 넘친다.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 혹은 희열을 느끼려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시청자들은 비록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 일지라도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고, 서민에서 영웅이 되는 일련의 인생 역전 과정을 원한다. 단, 이 과정을 얼마나 세련되고 섬세하게 또 새롭게 연출하느냐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다. SBS '대물'의 서혜림(고현정 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남편을 잃고 직장에서도 쫓겨났던, 처절하고 가엾은 인물이었다.
남성 편향적 드라마라는 소리도 들린다. 방송 직전 '프레지던트'는 최수종과 하희라의 만남으로 조명을 받았지만, 극중 하희라의 역할은 다분히 보조적일 뿐이다. 드라마는 장일준을 중심으로, 장일준에 의해 흘러간다. 여성 인권이 눈에 띄게 신장된 현 시점에서 이러한 남성 중심의 드라마는 자연스레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없다.
물론 최근 종영한 SBS '자이언트' 역시 남성 중심의 드라마였다. 극중 황정연(박진희 분)은 이강모(이범수)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이언트'에는 주인공의 극적인 인생 역전 과정이 있었고 주연 못지 않은 조연 정보석이 있었다. 여기에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까지,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상대 경쟁작들이 워낙 뛰어나다는 점도 '프레지던트'에게는 악재다. SBS는 '싸인'을, MBC는 '마이프린세스'를 내세우며 각각 '박신양-김아중' '송승헌-김태희'라는 톱스타를 배치했다. 관록으로 보아 '최수종-하희라'가 이들에게 뒤질 리 없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결국 MBC와 SBS를 선택, 이는 시청률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현재 일부 네티즌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시청률에 좌지우지 하지 말고 끝까지 원래 기획한 스토리대로 나갔으면 좋겠네요" "대물처럼 억지 설정도 없고 탄탄한 스토리가 눈에 띕니다" "1,2회 재방송으로 보고 이후부터 본방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낮은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마니아 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물'에 대통령을 뺏기고, '자이언트'에 남성을 뺏기고 '싸인'과 '마이프린세스'에 어린 시청자를 뺏긴, KBS 2TV 드마라 '프레지던트'의 시청률에는 당분간 극적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프레지던트-마이프린세스-싸인 포스터(위부터)]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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