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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가수 신해철이 SBS주말극 '시크릿가든'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감상기를 남겨 눈길을 끈다.
신해철은 16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전율의 SF 대작 시크릿가든'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
우연히 '시크릿가든'에서 길라임을 연기하는 하지원의 목소리를 듣게 된 신해철은 "귓전에 들려오는 대사의 연기톤의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흡사 text to speech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마냥 건조한 ?슷떳?이라며 "또 누구 가수 하나 줏어서 배우시키는구나(나처럼)하고 액면을 확인해보니 허거더덕 하지원씨다. 연기력 검증이 이미 한참 전에 끝난 뛰어난 배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뭔가 느낌이 이상했던 거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나는 감격에 겨워 격하게 떨며 글을 쓰고 있다. 한국 안방극장에 본격 SF드라마가 진출, 심지어 이런 대반향을 일으키다니!"라며 놀라워했다.
이내 해석불가한 말을 쏟아내며 "평행우주와 초끈이론, 양자물리학을 동원한 초걸작 러브스토리 '미스터 노바디'가 우리나라에서 존재도 없는 것은, 우리 대중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시크릿가든'처럼 우리 대중을 파고드는 SF와 감성의 연결 부족이라는 결론에 이르니 마음이 후련하다"며 '시크릿가든'은 SF와 감성의 연결이 적절했다고 평했다.
또 신해철은 극중 주인공 현빈에 대해 "주인공은 SF 드라마답게 사이보그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PC처럼 양전자 두뇌도 위험부담을 막기 위해 파티션을 분리하고, 사고로 인해 로컬디스크(D)드라이브가 날라가 특정시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시스템 복원시점을 20대 초로 설정 복원을 시도하여 메모리가 복원되지만 이번에는 로컬디스크(E)에 인스톨된 러브러브 프로그램의 인증서가 맞지 않아 하지원씨와의 사랑에 대한 모든 기억이 작동되지 않는다"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극중 주원의 어머니 분홍(박준금 분)에 대해서는 "자신은 넉넉한 환경임에도 자기 자식을 살리고 죽은 이에게 유족이 있는지, 어찌 지내는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당근 없고 궁금하지도 않다"며 "은인의 딸이라고 해도 예의범절 3.0을 다시 리셋하지도 못하는 구형모델의 한계. 눈가가 시큰하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램 메모리만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단지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을 백화점 사장에서 갈아치우는 장면 역시 하등 이상 할 게 없다"면서 많은 임직원과 그 식솔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일 수도 있는 중대사를 그딴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차피 모두 다 사이보그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신해철은 또 "들장미소녀 캔디의 189번째 증보판인 이 드라마를 보니 문득 내 자신이 초라하고 창피하다"면서 자신이 출연했던 '신해철의 데미지'와 비교하며 "역시 우리나라에서 명품 소리를 들으려면 재벌 2세와 튼튼소녀의 등장 없이는 불가능한데도, 노상 시아버지랑 며느리랑 멱살 잡고 친동생이 통장 들고 튀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데미지' 따위에나 출연해 '막장' 소리를 들어온 나로서는 '막장'이란 용어에 대비되는 '명품'이란 단어의 위엄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랄까"라고 설명했다.
신해철은 마지막으로 "세계 어느 나라나 드라마에 등장하는(꽤 실제로도)상류층의 특징은 감정표현 절제, 무례한 언동 금지 상태에서 야금야금 상대방 피 말리기인데, 우리 드라마의 상류층 혹은 부유층은 모두 금치산자 수준의 언동을 날리는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모두 SF였구나!"라고 덧붙였다.
추신에 "하지만 재밌었단 사실 부인하진 못하겠다. '아드님 제게 주십시오' 등의 메가톤급 촌철살인 대사가 그렇게 곳곳에 박혀있는데도, 배우들의 연기가 포승줄에 묶인 것 같다는 느낌은 나만?"이라며 호평인지 혹평인지 단번에 알 수 없는 감상을 내놓았다.
'마왕'이라는 애칭을 사용하고 있는 신해철의 장황한 감상기에 네티즌들은 "시크릿가든의 재해석, 역시 마왕이다" "시크릿가든을 SF라고 해석하는 마왕 최고. 근데 이거 칭찬이야? 비판이야? 집중하고 읽었는데도 모르겠어"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로 '시크릿가든'을 감상한 신해철]백솔미 기자 bs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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