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이쯤되면 인연이든 악연이든 뭔가 있다. 스즈키 이치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난 기분"이다. 51년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또다시 이란과 만났다.
한국은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시 25분 카타르 도하 카타르스포츠클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한국은 18일 인도전에서 C조 1위를 확정짓기 위해 수차례 상대 골문을 두드렸으나 아쉽게도 1골차로 호주에 밀려 조 2위가 됐고 이미 D조 1위를 확정지었던 이란과 운명처럼 재회하게 됐다.
지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 대회에서만 한국과 5번이나 대결하게 되자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난 기분"이라고 말한 이치로처럼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이란의 운명도 묘하다. 1996년 아시안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모두 8강에서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4개 대회에서 한국은 2승 2패를 기록했다. 2번의 패배는 뼈아팠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대회에서 당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잡이였던 알리 다에이에 농락당하며 2-6에 참패를 겪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바탕으로 아시아 제패를 노렸던 2004년 중국아시안컵에서도 알리 카리미에 해트트릭을 허용해 3-4로 패했다. 한국이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1명의 공격수에게 그토록 무너진 것은 보기 드문 일들로 자존심에 금이 가는 패배의 연속이었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개인으로서도 설욕할 거리가 남아있다. 국가대표팀 부임 후 나이지리아를 꺾으며 호평 속에 출발했던 조 감독은 지난해 9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뒤 처음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한일월드컵 때 기술 분석관으로 4강 신화에 일익을 담당햇던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이 결정력을 갖춘 스트라이커가 없고, 많이 뛰기만 하면서 쓸데없이 에너지만 소비했다"고 훈수를 둬 조 감독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조 감독에게는 4개월만의 설욕전인 셈이다.
박지성 등 한국 선수들은 이란을 예상보다 일찍 만나는데 부담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우승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다. '헤어진 연인'과의 5번째 만남은 51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인도전 대승에도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 = 카타르 도하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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