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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참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리고 황당하다. 촬영도중 연기자의 부상으로 곧바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한류로 대중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대중문화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 방송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SBS에서 방송하고 있는 월화 드라마 ‘아테나’가 25일 결방이다. 23일 경기 성남시 인근 주차장에서 진행된 촬영 도중 정우성과 정찬우가 부상을 당한 것이 결방의 이유란다. 1~2회 방송분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꼴이다.
‘아테나’뿐만 아니다. 주연배우 황정음의 신종플루로 인해 일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은 촬영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당일치기식 제작과 방송을 해 지난해 2월1일부터 5일까지 스페셜 방송을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우성 등 연기자의 부상이 결방이라는 방송사고의 원인이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방송분을 확보하지 않고 당일치기 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 생방송 제작시스템이다.
우리 드라마의 제작 관행을 들여다 보면 매일 사고가 나야 정상이다. 그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사전제작은 아니더라도 몇 회분의 방송분조차 확보하지 못한채 당일치기로 드라마를 제작하다보니 연기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방송사고가 나는 것에서부터 초치기 제작을 하다 보니 효과음을 넣지 못하는 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시크릿 가든’의 마지막회에서 스태프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두번째 스케치북", "무전기 치워요", "자, 세번째 스케치북"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방송사고가 난 것도 초치기 제작관행에서 초래된 사고였다.
‘쪽대본’이라는 용어가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한회본 완성 극본이 나오지 않아 몇장면의 대본만 가지고 촬영에 임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대중문화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방송사다. 이러다보니 연기자들이 자신의 연기분을 완벽하게 연습해 녹화에 임하기도 어렵고 감정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숙지하지 못하고 상대배우와의 연기조화를 이루기가 힘들다. 이러다보니 드라마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리고 극본이 늦고 주먹구구식으로 촬영 스케줄이 진행되다보니 날을 새며 촬영을 강행군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다보니 무리한 제작일정으로 연기자의 부상등 사고로 이어진다.
일본 촬영에서 부상을 당한 SBS 수목드라마‘싸인’의 남자 주연 박신양은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많이 아프다. 걷지 못하겠다. 밤 너무 많이 샌다.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하는 것 같다”며 무리한 촬영 스케줄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지난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하며 좋은 평가를 받은 ‘추노’의 경우 방송 전 절반정도의 분량을 제작하고 방송에 돌입했다. 액션 장면이 많고 사고 가능성이 상존한 사극이었는데도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며 결방 없이 예정대로 방송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일정부분의 제작분을 확보한 뒤 촬영에 임했기 때문이다.
이제 창피하고 황당한 드라마 생방송은 중단돼야한다. 더 이상 연기자들 중 누가 먼저 쓰러지기 시합하는 열악한 제작시스템은 사라져야한다. 정말 부끄러운 ‘쪽대본’의 관행은 없어져야한다. ‘쪽대본’ ‘살인적인 스케줄 소화’ ‘드라마 생방송’이라는 말들이 대중문화 선진국이라고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참 부끄럽지 아니한가?
[최근 정우성의 부상으로 방송을 내보내지 못한 창피한 방송사고를 낸 '아테나'.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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