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메일맨]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유재학 감독이 울산 모비스 제자이자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놓고 '악플'에 시달렸던 함지훈에게 보내는 편지
TO. 함지훈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동장군에 건강 잘 챙기고 있는지 걱정이구나.
네가 2007년 우리팀에 들어와서 인정받는 선수가 됐고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도 뽑혔지. 하지만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직전에 국가대표팀에서 제외돼 제대로 된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너의 대표팀 선발을 놓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시즌 KBL MVP인데도 말이다.
12명의 선수를 추리는 과정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바로 군면제가 돼 울산 모비스에 복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력도 안 되는 너를 뽑았다는 네티즌의 악플들을 봤다. 마음 고생이 심했다. 물론 나뿐 아니라 본인인 너는 더 힘들었겠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그런 악플들을 없애고 싶었는데 기대만큼 활약을 못했다. 네가 센터치고는 키가 크지 않지만 힘이 좋아 아시아 쪽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상대로는 충분히 포스트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데려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파울을 부는 몸 싸움의 강도가 KBL과 FIBA가 엄청 다르더라.
네가 그걸 견디지 못한 것 같더라. 일리걸 디펜스의 FIBA 룰이 완전히 다르고 KBL에서는 당연히 파울일 상대의 몸 싸움에 파울 콜이 안 불리니까 그거 하나하나에 신경 쓰게 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네가 입단 첫 해부터 쏘기 시작한 장기인 미들라인 뱅크슛조차 제대로 시도해 보지 못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하더니 결국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말았다.
네 스스로 박탈감 같은 것을 느꼈을 거고 회의와 실망감이 컸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두 번 이야기를 했었지. FIBA 룰에 적응할 경쟁력을 키우라고. 한 번은 시상식 때 상무에서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고 답했고 1월 1일 신년인사 전화가 왔길래 다시 한 번 강조했었지. 세계농구 룰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어. 내가 국제 회의에 가서 최종보고서를 통해 얘기를 할 거 같은데 KBL도 일리걸 디펜스가 없어질 수 있다.
너를 위한것도 있고 팀을 위한 것도 있고, 폭 넓은 농구를 해야한다. 네가 발전하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기를 장착해야 해. 아시안게임 이후 너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면 잘 할 거다. 물론 상무에서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잘 할거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생활인 만큼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처럼 선수 관리가 타이트하고 재활 여건이 좋다면 걱정 안 하겠지만 그 정도는 안 될거라 생각한다. 좀 더 바지런을 떨어서 자기 몸에 대한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건강 잘 챙기길 바랄게.
FROM. 유재학
<편집자 주>'메일맨'은 프로농구 스타들이 평소 고맙거나 미안했던 선수, 감독, 관계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는 릴레이 코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림 안에 볼을 집어넣었던 '메일맨' 칼 말론처럼 올 시즌 내내 농구스타들 마음의 가교 역할에 충실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 KBL]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