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비록 안타깝게도 패배로 마무리됐지만 이번 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 한일전은 76년 한일전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였다. 주인공은 '1인 2역'을 도맡은 중앙 수비수 황재원(30·수원)이었다.
황재원은 25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연장까지 120분간 최종 수비라인을 지휘했다. 그리고 연장전 드라마에 1인 2역을 도맡아 역사를 썼다.
이날 119분동안 황재원은 기대만큼의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조용형과의 중앙 수비 조합은 이론적으로는 커맨더와 파이터의 조합으로 이상적이었으나 두 선수가 파트너로 실전을 치른 경험 자체가 드문지라 예상만큼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둘이 동선이 겹쳐 빈 공간을 내 주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됐고 상대 침투패스에 오프사이드 트랩도 쉽사리 무너졌다.
오히려 황재원이 돋보인 점은 공격이었다. 전반 22분 후방에서 한 번에 찔러 준 긴 패스로 박지성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선제골의 숨은 공로자였던 셈이다. 그리고 운명의 연장전은 황재원을 위한 무대였다.
연장 전반 8분 황재원은 혼다 케이스케의 침투 패스를 받아 쇄도하던 일본 공격수 마에다 료이치와 충돌해 페널티킥을 선언당했다. 페널티킥을 선언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었고 설사 황재원의 보디체크로 인한 파울이라 쳐도 최초 파울 지점은 페널티지역 밖이었기에 논란이 일 상황이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결승골이나 다름없는 골을 내 주면서 황재원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 때부터였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기성용의 프리킥 때 혼전 상황에서 손흥민의 슈팅이 상대 수비벽에 맞고 나오자 공격에 가담했던 황재원은 날렵하게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극적으로 골문을 갈랐다. 1인 2역 드라마에 거대한 방점을 찍은 셈이다.
물론 승부차기 승리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면 황재원에게는 더없는 영광이었겠으나 앞으로 수없이 회자될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드라마는 충분히 가치 있었다.
[극적인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는 황재원(오른쪽). 사진 = 카타르 도하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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