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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예능 프로그램은 왜 계속 조작설에 휘말리는 걸까?
KBS '1박2일'이 음식값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3일 방송된 '1박2일'에서 이승기는 미션 성공의 대가로 용돈 1만원을 받아 은지원과 함께 휴게소에서 음식을 사먹었다. 이때 이승기는 스페셜 돈가스와 춘천 닭갈비 정식, 껌을 샀는데 네티즌들은 그 합계가 1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주장했다.
'1박2일'은 과거에도 '오프로드 레이싱'편이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제작진은 '1박2일' 멤버들 몰래 전원 철수해 멤버들이 스스로 미션을 헤쳐나가도록 했다., 하지만 과연 멤버들이 제작진이 모두 철수하는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MC몽이 휴대폰을 분실한 장면과 그 비밀번호를 다른 멤버들이 쉽게 알아낸 점 등 극적인 상황을 위해 연출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SBS '패밀리가 떴다'도 김종국의 참돔 낚시 장면이 미리 잡아 놓은 물고기를 직접 잡은 것처럼 연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외에도 '패밀리가 떴다'는 출연진의 대사가 세세하게 적힌 대본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조작 의혹에 단골로 등장한다. 가상 부부가 된 두 연예인의 달콤한 신혼 생활을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려다 보니 곳곳에서 연출된 상황이 노출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조작 의혹이 불거질 때 마다 강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1박2일'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주창하며 꾸밈 없는 사실 그대로 웃음을 준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볼 때는 모든 것이 연출된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로 시청한다. 하지만 '조작설'이 제기되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속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혹시 저것도 조작?"이란 의심까지 들게 된다.
그렇다면 제작진으로서는 결국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상황 연출을 선택한 셈인데, 시청자 위하려다 되려 시청자들 공분만 산 꼴이다.
시청자들도 모를 리 없다. 웃음을 위한 연출과 조작이란 걸 알지만 문제는 '리얼'을 내세워 모든 게 사실인 것처럼 믿게 했다는 점이다.
또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조작설이 거론될 때 마다 매번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연출된 게 뻔한데, 아니라고 계속하니 더 분개할 수 밖에 없다. 왜 제작진은 연출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일까?
그건 바로 '조작'을 인정하는 순간 '리얼'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화려한 무대 위의 연예인들이 사실 일반 시청자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에 인기가 있다.
완벽할 것 같은 그들도 자고 일어나면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을 지우면 평범한 민낯이 드러난다. 먹을 것 앞에서 치사해지고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게 '리얼 버라이어티'의 매력이고 시청하는 이유다. 따라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큰 매력인 '리얼'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앞으로도 '조작설'이 또 제기돼도 선뜻 인정하는 제작진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어떻게 해야 최소한 실망이라도 안 할 수 있을까? 그건 시청자가 먼저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인정하자.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그냥 버라이어티'다.
[음식값 조작 논란이 불거진 KBS 2TV '1박2일'(위)과 참돔 조작 의혹이 일었던 SBS '패밀리가 떴다'. 사진 = KBS 화면-SB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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